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아이의 사생활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2016년 4월 27일  |  By:   |  문화, 칼럼  |  1 comment

최고의 가수이자 유능한 사업가이기도 한 비욘세(Beyoncé)가 이달 초 새로운 레저용 운동복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아이비 파크(Ivy Park). 비욘세 자신이 어릴 적 뛰어놀았던 동네 공원의 이름이자 올해 네 살 난 딸 블루 아이비(Blue Ivy)의 이름을 본떠 지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비욘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주 등장하는 블루 아이비는 브랜드 광고에도 엄마와 함께 아이비 파크 로고가 새겨진 머리띠를 하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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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와 딸 블루 아이비 (사진: 알로 세바요스(Alo Ceballos) / GC Image)

대중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일하는 엄마의 아름다운 본보기라는 칭찬을 넘어 여성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위대한 비욘세라는 칭송까지도 들립니다. 팬 한 명은 아예 동영상으로 자기 생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옷을 만들어 팔 때도 그저 돈 벌 생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데 비욘세는 뭐랄까요, 정말 이 일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하는 것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옷을 만들어 판다는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브랜드 이름을 자기 딸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딸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걸 알았다면 비욘세는 당연히 사업에 네 살배기 딸을 끌어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비욘세의 행동이 여성의 권익을 높이고 남들에 본보기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욘세는 이렇게 말했죠. “아이비 파크의 목표는 운동복의 지평을 넓히는 데 있기도 해요. 특히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여성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비욘세의 훌륭한 행동과는 별개로 여전히 자신의 아이를 브랜드나 어떤 주장을 떠받치는 데 내세우는 공인들의 모습은 제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만약 제 친구가 제게 자기가 사업을 시작하는데 사업체 이름을 아이 이름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면 저는 귀엽다, 잘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며 친구를 응원해줄 겁니다. 웬디스 햄버거의 로고처럼 친구가 아이의 캐리커처를 아예 로고로 만들겠다고 해도 이해해줄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 그 아이가 자랐을 때 자신의 이미지가 온갖 광고 전단지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 친구가 유명인이 찍는 게 보통인 광고에 자신의 아이를 내세우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만약에 그 친구가 어떤 경로로든 돈의 맛을 이미 알아버린 친구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아마 그 친구는 친자식을 광고에 등장시켜 자신을 다른 부모와 다름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내고 그를 통해 브랜드의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일지 모릅니다. 상업적인 광고가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 친구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긴 해도 이미 수많은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담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바쁜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물론 아이를 소셜미디어 스타로 만들어 돈을 벌어볼 생각으로 사진을 올리는 부모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대부분 그저 아이가 예뻐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올리는 것이겠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진이나 동영상 좀 올린다고 TV 광고에 내보내는 것만큼 많은 사람이 보지도 않을 테고요.

아무튼, 우리도 이래저래 아이들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기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일밖에 모르는 것 같은 CEO가 자신도 아이의 피아노 연주회에 빠지지 않고 가서 아이를 응원하는 평범한 엄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을 올리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는 아빠대로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이라도 하듯 소셜미디어에 육아 일기를 씁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얄팍한 상술이라고 핀잔을 들었겠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예인들이 협찬을 받은 업체를 홍보해주는 건 이미 관례가 됐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올린 모든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돈벌이 혹은 무언가를 노린 계산된 콘텐츠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의 즐거운 한때를 담은 사진을 친한 친구, 가족과 공유하기에 소셜미디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겁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초보 엄마아빠들은 육아에 꼭 필요한 정보나 조언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이나 글은 사실 아이들보다도 부모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것들이 많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하와이까지 휴가 가는 비행기에서 우리 아이가 내내 울어서 정말 혼쭐이 났다는 글은 정말 우는 아이를 달래는 팁이 알고 싶어서 올린 글이라기보다 하와이로 여행가는 걸 은연중에 자랑하는 데 목적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언젠가부터 아이를 우리 아이(my boy, my girl) 대신 3인칭(the kid, the boy, the girl)으로 부르며 무슨 특별한 사람인 양 묘사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맥락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마치 이 세상에 아이가 그 아이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사생활 문제도 이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자란 아이들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일기장을 누가 훔쳐볼 때 정도가 문제라면 문제였겠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말 그대로 자신의 어린 시절이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좀 더 사려 깊은 부모가 예를 들어 아이의 목욕 사진 같은 건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가 자랐을 때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수많은 사진과 기록들이 버젓이 공개됩니다.

에이미 웹은 2013년 <슬레이트>에 다섯 살배기 딸의 사진을 정말 생각 없이 마구 페이스북에 올려대는 친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썼습니다.

‘저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정말 걱정이다. 왜 저 아이가 언젠가 결혼하겠다고 데려올 사람에게 당사자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진들, 이야기들까지 그렇게 속속들이 공개를 해두려는 걸까?’

다섯 살배기 아이가 어떤 사진은 올려도 되고 어떤 사진은 안 되는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비욘세의 딸 블루 아이비가 광고 찍는 게 싫었더라도 할 수 있는 건 아마 계속 짜증을 내고 칭얼대는 일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엄격히 적용하자면 블루 아이비의 광고도 문제 삼을 수도 있었겠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블루 아이비도 엄마랑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상에서 어린이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에 따라 대부분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13세 이하의 어린이를 가입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기 자식의 사진, 일상을 담아 게재하는 데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도 없습니다. 최근 (미국보다 대체로 자유방임주의 성향이 있는) 프랑스 정부가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에 어린이들의 사진을 올리는 부모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프랑스 정부의 생각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이 가장 신봉하는 가치가 “공개” 혹은 “투명성”으로 번역될 수 있는 “openness”이다 보니 그럴 법도 합니다. 주커버그의 페이스북 계정 어디에도 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포스팅은 찾기 어려웠는데, 그랬던 그도 지난해 11월 딸이 태어난 뒤 육아 휴가를 내고는 딸과 집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커버그도 여느 아빠처럼 딸바보일 거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게다가 유명인의 자식들은 어차피 파파라치나 사생팬의 끝없는 공세에 시달릴 운명입니다. 본인들이 먼저 남들도 다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데 유명인이라고 해서 못 올릴 건 또 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비욘세도, 주커버그도 자신들의 사생활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예민할 정도로 보호하면서 아이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비욘세는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사생활은 철저히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자신도 딸의 기저귀를 갈면서도 그저 웃음이 나오는 평범한 아빠일 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페이스북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주커버그 본인만 아는 문제입니다. 주커버그는 딸에게 쓴 공개편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너를 비롯한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주커버그가 자신과 아내의 페이스북 지분 99%를 유한회사 형태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편지 내용을 두고도 이를 비판하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결국, 그런 식의 기부가 엄청난 세제 혜택을 노린 거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아이를 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커버그 부부의 사진과 함께 실린 편지가 순식간에 160만 ‘좋아요’를 기록하며 묻혀버렸죠.

딸 맥스를 안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사진: AFP – 게티 이미지)

운동복 브랜드를 홍보하고 다닐 일도, 열심히 빅데이터를 모아 세상을 연결하는 데 몰두할 일도 없는 평범한 부모들은 오히려 일에 치여서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게 미안해서 일종의 보상으로 아이들을 소셜미디어에 담아주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비욘세도 주커버그도 자신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둘은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니까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 아이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건 언제든 축하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띄울 때 ‘활용’될 소지가 큰 것이기도 합니다. 즉, 누군가 소셜미디어에 매일같이 자신의 남편, 아내의 모습을 올리며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이냐고 글을 쓴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 그 팔불출은 이내 모든 친구로부터 차단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는 다릅니다. 순수함 그 자체로 ‘까방권’이 주어진 것도 있지만, 실제로 아직 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 아이들은 디지털 세계의 폐해에 물들지 않아서 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일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띄우는 건 그래서 다시 말하면 이 순수한 아이들을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널리 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즉, 다른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잠시 닫고 컴퓨터를 끈 뒤에는 오롯이 우리에게 기대 우리가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잠시 팔로워 수, 좋아요 수는 잊어버리고 상냥함과 헌신으로 사랑을 나누어주겠다는 다짐이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 따뜻한 인간의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 차가운 기계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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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미페사랑 나라사랑

    필름으로 찍었던 사진들은 가족의 추억이 되는 반면에 요즘 찍어서 바로 올리는 사진들은 찍은 사람과 그 사람의 인터넷 친구들 간의 재미가 되는 것 같은 느낌… 전자적인 자료로 만들어지는 만큼 추억으로서의 가치도 개인정보도 휘발되기 쉽지만 사람들은 이게 편하니깐 계속 폰카로 찍어서 올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