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2)
2016년 3월 15일  |  By:   |  경제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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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가 무책임을 부추긴다? (Sharing Economy, Shirking Responsibility)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과외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특화된 부분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선생님과 학생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고, 화상채팅을 통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1:1 개인과외 교습부터 아예 이 서비스를 학군(school district) 단위에서 채택해 일선 학교에 도입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과외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거의 예외 없이 해당 기술과 서비스를 정직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서약 혹은 원칙(honor code)을 내세웁니다. 이 원칙에는 해당 서비스가 일부 오용, 남용될 수 있지만, 이는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은 정작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인 장치를 제대로 마련해두지 않고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되면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문적 양심을 어긴 대가를 치릅니다. 화학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되면 퇴학을 당하는 예도 있고, SAT 시험을 대리로 쳤다가 적발되면 기소될 수도 있습니다. 시험 중 커닝을 하다 걸렸을 때는 같은 반 친구가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나를 변호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구한 과외선생님을 통해 저지른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스타트업의 CEO가 상벌위원회에 선처를 호소해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스터디풀의 경우 학생과 선생님의 계정이 익명으로 운영되는 점, 그리고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의 내용을 감추어놓는 점도 문제입니다. 스터디풀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페이지에는 “학생들이 올린 질문은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되지 않으며 복사나 부분 표절을 잡아내는 소프트웨어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검색되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스터디풀은 지금껏 이용자들 사이에서 부정행위로 문제가 된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문제 자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워브는 일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부정행위 문제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획기적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가 이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의 온상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원래 취지대로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선생님을 찾아 도움을 받는 학생도 분명 많을 겁니다. 수많은 교육 스타트업 가운데 더욱 편리하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은 아마 단 한 군데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시장에 있는 교육 스타트업 가운데 이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를 가진 기업도 한 군데도 없는 듯합니다.

워브는 스터디풀이 몇몇 학교와 더욱 강력한 부정행위 근절 원칙(honor code)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 아무리 강력해져 봤자 스터디풀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처벌이라고는 해당 계정을 삭제하는 정도일 겁니다. 지금까지 부정행위가 문제가 되어 삭제된 계정이 몇 개나 되는지를 살펴보면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학교 측에 넘겨져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워브는 위키피디아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긁어다 짜깁기해 레포트를 내는 것이 심각한 문제였죠. 결국, 위키피디아 스스로 이를 막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학교와 교육 단체가 협의해서 방안을 강구한 끝에 위키피디아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내용이 포함된 에세이, 레포트를 걸러내는 방법을 개발했죠. 그래도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 문제는 학생 개인의 양심과 학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결코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스터디풀이 활용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사례가 보고되면 언제든 해당 질문을 내리고 거기에 연루된 계정에 징계를 내릴 겁니다. (다만 사전에 이를 완벽하게 예방할 책임이 온전히 스터디풀에 있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혁신이어야 하는가? (A Welcome Disruption)

소위 핫한 과외 스타트업이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정직함의 가치를 갉아먹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구조적으로 혹은 제3자가 필요할 경우 개입해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징계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을 세워 시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학문적 부정행위를 뿌리 뽑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부정행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렇게 쉽게 근절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고등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부정행위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대학 교수는 커닝, 레포트 베끼기가 너무 심각해서 기말 평가를 레포트나 필기시험 대신 아예 1:1 구술시험으로 대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만연한 관행을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방법은 없습니다.

기술은 오랫동안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습니다. 새로운 기술 덕분에 부정행위를 마음먹고 하는 일이 더욱 쉬워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이를 적발하고 방지하는 것도 가능해졌죠. 위키피디아에 있는 정보 가운데는 유용한 지식, 정보가 많지만, 동시에 과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기도 합니다. 표절 여부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턴잇인 닷컴(Turnitin.com)은 꾸준히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며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부정행위로부터 얻은 교훈(Cheating Lessons: Learning from Academic Dishonesty)>이라는 책을 쓴 어섬션 대학(Assumption College) 영문과의 짐 랭 교수는 부정행위를 하려는 학생과 이를 적발하려는 이들 사이의 줄다리기를 군비 경쟁에 비유했습니다. 한쪽이 새로운 정책을 세우면 다른 쪽은 그에 맞는 방책을 세워 맞서는 식이라는 겁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 때문에 기상천외한 부정행위가 만연하고 전반적으로 부정행위가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들 하지만, 사실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과외 선생님을 찾아주는 사이트로 학생들이 모여드는 이유와 이 학생들이 부정행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같다고 랭 교수는 지적합니다. 성적을 매겨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현 제도에서 학생들에게는 실제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매번 해당 단원을, 해당 과목을 어떻게 해서든 낙제하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경쟁에서 남들보다 더 잘해야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부정행위에 가담할 유인 동기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두고 시험을 치르고 경쟁을 붙이는 대신, 예를 들어 같은 반 학생을 하나의 배움 공동체로 정해서 함께 배우고 서로 모르는 건 가르쳐주면서 진도를 나가는 방식을 실험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모으고 성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교육 스타트업들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를 내버려두는 게 당장 분명한 이득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수많은 학생이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첫 문턱을 넘기가 어렵지 한번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는 건 훨씬 쉬운 법입니다. 만약 간단한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싼값에 과제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도 적발될 확률이 무척 낮다면 아마 그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큽니다. 큰일 날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장은 스스로 이를 걸러내고 규제하지 못합니다.

<인턴의 나라(Intern Nation: How to Earn Nothing and Learn Little in the Brave New Economy)>라는 책을 쓴 로스 페를린은 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많은 미국인이 교육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받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출신 계층과 관계없이 교육을 통해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직업을 얻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죠. 그런데 교육이 이처럼 사유화된다면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교육의 기회가 불공평하게 제공되는 셈이죠. 만약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공평한 교육과 그를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오를 기회가 사라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시장경제가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해 풀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교육 분야에도 꽤 퍼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방을 빌려주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사소한, 국지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이용해 효용을 누리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는 것처럼, 마크 주커버그가 인도의 시골 마을에 공짜로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사실상 귀를 닫았던 것처럼 시장에 맡겨두었다가는 문제 해결은 계속 늦춰질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법을 만들어 보급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교육이라는 제도의 수혜자이자, 이를 올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이해당사자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미 공유 경제는 교실 깊숙이 침투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유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견제하고 격려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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