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에 관한 200년 된 경제학 정설에 도전하고 있는 트럼프
2016년 3월 11일  |  By:   |  경제  |  2 Comments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무역 정책을 향해 쏟아내는 맹렬한 비판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른 나라들이 무역을 무기로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드는 이유는 미국이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죠. 지난 화요일에 트럼프는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누리는 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도둑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주장은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5세, 혹은 19세기 프로이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와 같이 한때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던 국가의 지도자들이 따랐던 중상주의 정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트럼프는 이런 중상주의를 다시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뉴욕 출신의 이 억만장자는 국가 간의 무역은 두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고 무역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200년 된 경제학의 정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00년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사람 중 유일하게 관세를 올리고 저가 수입품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후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대선 상대가 무역 정책에 대해서 트럼프보다는 자유 무역을 선호하는 힐러리 클린턴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공화당은 자유 무역, 민주당은 보호 무역이라는 오래된 정치적 역학 관계가 뒤집히는 셈입니다.

국제 무역 전문가인 메릴랜드 대학교의 데스터 교수는 “후버 대통령 이후 공화당 후보 중에서 무역에 관해서 트럼프와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트럼프의 중상주의 기조는 여러 공공 정책에 관한 그의 견해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일관성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1980년대 이후 트럼프는 무역을 제로섬 게임(zero-sum)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3,660억 달러였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매년 손해만 보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이런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나요?”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가 내세운 최고의 해결책은 높은 관세 장벽입니다. 그는 해외에 공장을 짓는 미국 기업에 높은 세금이나 벌금을 매기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난 1월에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수출이 경제의 활력을 나타내고 수입은 부정적인 해외 의존을 말하는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틀렸다는 것을 보이고자 노력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200년간 무역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거의 일관된 주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와 같은 비판자들은 경제학자들이 무역의 혜택을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말합니다. 무역의 혜택은 여러 사람이 누리지만 무역으로부터의 비용은 특정 산업이 짊어진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모두가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에어컨을 살 수 있지만, 미국의 에어컨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식입니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피에트라 리볼리 교수는 트럼프가 무역에 관해 많은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이유로 미국의 대외 무역 탓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국가가 별로 제공한 것이 없다는 점을 꼽습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있지만, 특히 미국에서 무역에 관한 부정적 견해가 훨씬 더 높습니다. 다른 선진국은 사회보장제도가 훨씬 발전해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부정적 의견을 더 키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가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말합니다. “저는 자유 무역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무역은 공정 무역이어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무역장벽이 경제에 해롭다는 것을 증명해서 정부가 이런 정책을 취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미국은 실제로 20세기 중반에 많은 무역 장벽을 없애고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역 장벽이 존재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 수입은 2004년 연간 1,500만 개에서 2008년에는 4,600만 개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타이어 기업들은 이런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2009년에 타이어 생산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오바마 행정부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관세를 수입 타이어에 35% 부과했고, 3년 뒤에 소멸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2012년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산 타이어가 밀물처럼 들어오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수천 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수입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한 데는 큰 비용이 따른 것도 사실입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재단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이 관세 때문에 타이어를 구매할 때 관세가 없을 때보다 11억 달러를 더 써야 했습니다. 이 돈이 다른 경제 활동에 쓰였다면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도 있었겠죠.

또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반발해 미국산 닭고기 조각 – 중국은 닭발 수요가 커 닭고기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시장입니다 -에 수입 장벽을 세웠습니다. 결국, 미국 닭고기 수출업자들은 1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코넬대학교의 경제학자 에스워 프라사드는 트럼프가 무역과 관련해서 일리 있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이 수입품에 대해서 관세를 올리겠다는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펴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 시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서 무역 장벽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협상 전략으로는 나쁘지 않죠. 하지만 반대로 무역 상대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서 무역 장벽을 높여서 보복 조치를 할 위험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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