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와 탐폰에 부과되는 세금, 성차별일까요?
2016년 3월 8일  |  By:   |  건강, 경제, 세계  |  No Comment

위스콘신 주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 판매세가 면제입니다. 하지만 탐폰과 생리대에는 세금이 부과되죠. 민주당 소속 위스콘신 주 하원의원인 멜리사 사전트(Melissa Sargent)는 “사회에서 월경에 대해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탓에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때문에 여성들이 세금을 더 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전트 의원은 여성 위생용품에 붙는 판매세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히 성차별 문제로만 다루면 주 정부의 세금 정책상의 모순과 미묘한 문제들이 오히려 묻혀버린다고 지적합니다.

올 들어 미국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시카고, 유타, 오하이오 등지에서 발의되어 입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사전트 의원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위스콘신은 여성 위생용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11번째 주가 됩니다. 5개 주에는 판매세 자체가 없고, 5개 주는 여성 위생용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판매세(sales tax)’란 무엇일까요? 간단한 답은 재화나 서비스가 판매되었을 때 정부가 이에 매기는 세금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무엇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를 주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주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아예 판매세가 없는 주도 있고, 주 차원의 판매세는 물론 지역 차원의 판매세가 있는 주도 있습니다. 4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여성 위생용품에 붙는 세금은 2.9%~7.5%입니다. 여기에 지역의 판매세가 별도로 붙기도 하죠. 예를 들면 시카고에서는 생리대에 총 10.25%의 세금이 붙어,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성 위생용품에 붙는 세금은 특정 상품에 붙는 세금이 아니라, 모든 상품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세금입니다. 생리대와 탐폰을 특정해 세금을 매긴 게 아니라는 뜻이죠. 대부분 주의 세법에 따르면 질병 치료와 관련된 상품, 즉 의료용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데, 여성 위생용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세가 부과됩니다. 오하이오 주 하원의원 그레타 존슨(Greta Johnson)은 월경이 “질병”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필요한 물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판매세가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재 오하이오 주는 존슨 의원과 세법을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겁니다. 유방 성형 보형물, 피임 도구, 피임약, 질/비뇨기 질환 치료제 등에는 세금이 붙지 않지만, 생리대는 성격이 다른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여성 건강 관련 활동가이자 작가인 제니퍼 와이스 울프(Jennifer Weiss-Wolf)는 세법 자체가 악의적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의원의 대부분이 남성이었기 때문에 생리대나 탐폰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고 따라서 이 문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존슨 의원이 오하이오에서 발의한 법안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여성들이 생리대와 탐폰 때문에 지는 세금 부담액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 정부의 세수에서 생리대 판매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해도, 한 여성이 매월, 나아가 평생 내야 하는 세금을 계산해보면 개인에게는 꽤 큰 액수입니다. 오히려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니, 폐지하더라도 정부 재정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말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를 기준으로 보면, 주지사가 요청한 2016-17년 예산 규모가 1,700억 달러인데 여성 위생용품에 부과되는 세금은 2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반면,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의 세법하에서 특정 상품에 대한 판매세를 없애면 모자라는 세수를 다른 상품에 대한 판매세 인상으로 충당하게 되기 때문이죠. 나아가 각종 이익 단체와 로비 그룹 주도로 특정 상품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상품 분류도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탐폰,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세금을 폐지하면, 질 세정제나 물티슈는요? 판매세 폐지론자들의 논리 가운데 하나는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인 만큼 세금을 물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판매세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법이 특정 성별에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 세법의 전면적인 검토 없이 특정 상품에만 세금을 없앨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여성 위생용품 시장은 매우 규모가 큰 산업입니다. 킴벌리클라크나 프록터앤갬블과 같은 미국 내 주요 업체는 아직 여성 위생용품 판매세 폐지 운동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 운동은 대기업이 아닌 시민 주도의 캠페인입니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한 정서에 기반을 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캠페인이 진행 중이고, 캐나다는 작년 여름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판매세를 폐지했죠. 2013년에는 UN마저 월경 관련 위생이 공공 보건 사안이자 인권 문제라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발을 걸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리대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시카고에서는 1980년대 말, 시 정부가 여성 위생용품에 부당한 세금을 매기고 있다는 내용의 집단 소송이 있었고, 1990년에 위생용품이 ‘의료용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면서 일시적으로 세금이 폐지된 적도 있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후, 미국 사회는 여전히 같은 주제로 논쟁 중입니다.

활동가들은 이 문제가 교육 접근성과 같은 여성의 인권과 여전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탐폰을 살 돈이 모자라 학교를 빼먹거나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판매세 폐지가 양성평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흥미롭게도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남성 단체가 관련 법안에 대한 조건부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전미남성연대(National Coalition For Men)라는 비영리 단체는 남성 역시 성별 때문에 부당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운동용 국부 보호대나 콘돔에 대한 판매세도 함께 폐지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한다면, 여성 위생용품 판매세 폐지 법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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