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미국을 생산성 하락에서 구원하지 못합니다
2016년 3월 7일  |  By:   |  경제  |  No Comment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예전처럼 빠르게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생산성 성장의 둔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생활 수준이 이에 발맞춰 성장하려면 더 높은 생산성이 요구되는데, 미국의 생산성 향상 추세를 보면 2005년 이후 노동 생산성은 고작 연간 1.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1995~2004년 연간 2.8% 성장세와 비교하면 내림세가 뚜렷합니다. 생산성이 경제 성장 속도에 발맞춰 높아지지 않으면 삶의 수준은 계속해서 뒤처지게 될 것이고, 미국 중산층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달리 해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 창업자이자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마크 안드레센은 정보 기술이 임금이나 생산성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숫자에는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이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페이지를 공짜로 이용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누리는 혜택은 정부가 작성하는 통계치에 모두 반영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최근까지 이 논쟁에 정확한 답을 얻기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근거는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중요한 기회를 얻어서 삶을 변화시켰다는 식의 단편적인 사례나 이야기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채드 시벌슨(Chad Syverson)은 이 문제에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했고, 생산성 저하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구 결과는 그가 최근 전미 경제연구회에 발표한 “미국 생산성 저하를 측정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반박 (Challenges to Measurement Explanations for the U.S. Productivity Slowdown)”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벌슨 교수는 먼저 생산성 저하가 여러 선진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생산성 저하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테크 분야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서도 여전히 생산성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는 만약 측정되지 않은 생산성이 테크 산업에 숨어 있다면 일어날 일과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의 해석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습니다. 즉, 생산성 저하의 정도가 테크 분야의 크기에 비해서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시벌슨 교수의 측정에 따르면 생산성 저하로 인해 2004년 이후 국내총생산 2조 7천억 달러가 증발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만약 정보 기술의 향상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가져왔다면, 소비자들이 시장가격 이상으로 얻는 혜택을 뜻하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가 정보 기술과 통신 기술 산업 분야에서 현재 측정된 것보다 다섯 배는 더 커야 합니다. 이는 측정 방법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보기에는 너무 큰 차이입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테크 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이미 측정할 수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GDP를 계산할 때 고려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짜로 다운로드받아 설치할 수 있는 우버 앱은 유료 교통수단을 제공합니다. 페이스북, 구글, 위키피디아 역시 간접적인 방식으로 GDP 계산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사고 인터넷 서비스에 돈을 냅니다. 이런 구매는 모두 GDP에 기록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측정 방식에서 누락되는 영역이 그렇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광고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람들이 광고를 게재한 페이지로 이동해 물건을 사는 것과 연결되는데 이 역시 GDP 통계에 잡힙니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테크 분야는 생산성 격차를 설명하기에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생산성 저하로 GDP 규모가 과거 생산성 성장세가 이어졌을 때의 GDP보다 15%나 낮지만, 테크 분야는 2004년 기준 GDP의 7.7%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인터넷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테크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사이에 비약적으로 증가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2년에 MIT 경영대학의 에릭 브리뇰프셴 교수와 에라스무스 경영대학의 오주희 교수는 사람들이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의 가치가 연간 1,060억 달러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GDP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며 현재 GDP 격차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벌슨 교수는 인터넷의 가치를 측정하는 다른 방법론을 논문에서 사용했지만,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이런 결론을 정보 산업 분야에 대한 찬사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시기는 1990년대 중, 후반이며 실제로 그 시기에 생산성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정보 기술 분야는 미국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산업 분야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정보 기술 분야의 영향력이 낙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많은 인터넷 창업가들이 경제 영웅이라는 것을 알지만, 통계분석가들 역시 그들이 하는 일에 전문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숫자에 내재한 교훈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의 생산성 위기는 실재하며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정보 기술이 미래에 일어날 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실리콘 밸리는 아직 우리를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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