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룩스, “오바마가 그리워지는 선거 정국”
2016년 2월 10일  |  By:   |  정치, 칼럼  |  2 Comments

얼마 전 저는 꽤 생경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민주, 공화 양당에서 펼쳐지는 열띤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던 중 버락 오바마를 그리워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어렵잖게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에 대개 동의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대통령 오바마에게 여러 차례 실망하기도 했고, 다음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의 자질이나 역량이 전반적으로 퇴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느덧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는지 모를 오바마의 본받을 만한 성격, 지도력, 인품 같은 것이 그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덕목은 진실성입니다. 오바마 정권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스캔들이 없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나 클린턴 행정부가 각각 콘트라 게이트,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얼마나 홍역을 치렀는지 생각해 보세요. 오바마 행정부와 관료들의 도덕성이 무척 높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만 해도 몇몇 스캔들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로 시종일관 해명을 늘어놓는 기자회견을 여러 차례 가져야 했습니다. 오바마는 후보 시절부터 그런 적이 없죠.

이는 단순히 윗물이 맑아서 아랫물이 맑았다는 식으로만 설명할 일이 아닐 겁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먼저 청렴한 사람이기도 했거니와 그들이 뽑은 사람들도 하나같이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이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정치판에는 시쳇말로 구린내를 덮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참모진, 클린턴 캠프에서 일하는 몇몇 인물 중에도 그런 꼴불견인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사람들 가운데는 그런 이들이 없었습니다. 지도자가 본보기를 보였고,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기본적인 인간성 혹은 인간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 대부분을 무슬림 이민자를 어떻게 해서든 못 들어오게 막겠다는 공약을 되풀이하는 데 씁니다. 이는 트럼프가 이슬람교를 믿는 미국인도 똑같은 유권자라는 사실을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 영원히 추상적인 관념의 영역에 가두어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트럼프가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사이 오바마 대통령은 볼티모어에 있는 모스크를 직접 찾아가 무슬림을 향해 예의 울림이 있는 연설을 하고 왔습니다.

다른 사람을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로 대하는 세심함, 거기서 우러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은 오바마의 대단한 강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후원하고 있는 자선단체가 오바마 부부를 이사로 뽑는다면 어떤 느낌이 드시겠어요? 아마 무척 기쁘시겠죠? 자, 이제 오바마 부부를 넣었던 자리에, 예를 들어 테드 크루즈를 넣어봅시다. 어떠신가요?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으시죠? 아마 당신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저는 이것이 오바마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매력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 과정을 관장하는 지도력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하는 참모들 가운데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를 여럿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과에 아쉬워했지 과정 자체에 불만을 가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토론, 숙고를 거쳐 내려진 결정이 대부분이었다는 뜻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환경 아래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최대한 구현하려 노력합니다. 이점이 제 생각에는 버니 샌더스와 버락 오바마의 근본적인 차이인데, 샌더스는 주어진 환경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이상적인 가치를 소리 높여 늘어놓기 때문입니다.

의료보험 문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안 때문에 기존에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피해를 봤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두 차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를 불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샌더스의 의료보험 개혁은 현행 의료보험 제도 자체를 송두리째 뿌리 뽑는 것이 골자입니다. 어마어마한 세금인상은 불 보듯 뻔하고요. 후폭풍과 함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게 뻔합니다. 설사 샌더스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양극화된 의회에서 그 법안이 통과될 거라고 믿는다면 당신의 현실감각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중동 정책 등에 있어서 오바마가 우유부단했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오바마는 주어진 현실을 숙지한 뒤에 정책을 세우고 추진했습니다.

네 번째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일종의 고결함,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태도입니다. 자신감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르코 루비오가 중요한 공식 석상에서 긴장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이라는 인상을 받아 왔습니다. 토론할 때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는 모습, 진땀이 날 만큼 수세에 몰렸을 때 실제로 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지난 주말 토론회에서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풀이하는 모습까지도 어떤 면에서는 매력적이라고 느꼈거든요. 반대로 자신감에 찬 오바마의 모습이 때로는 과하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정말 가슴이 오그라들 만한 순간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대담함을 필요로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 속에서 정확히 그렇게 해온 셈이죠.

기본적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점이 지금 후보들은 갖추지 못한 오바마의 뛰어난 마지막 덕목입니다. 샌더스부터 트럼프, 크루즈, 벤 카슨에 이르기까지 많은 후보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미국에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곳곳에 곪을 대로 곪아 있는데, 미국보다 객관적인 상황이 열악한 수많은 나라는 또 어떻게 연명하고 있는 걸까요? 미국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상황을 비관할 만큼 문제를 부풀려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희망, 기회와 같은 긍정적인 비전에 표를 던지려 합니다. 두려움, 냉소주의, 증오, 절망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를 얻으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2008년 오바마 캠프의 유세를 돌이켜 보세요. 그런 부정적인 구호가 얼마나 있었습니까?

한참 글을 써놓고 보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았습니다만, 오바마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바마도 남을 업신여기거나 냉담하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고 편협한 자기주장에 갇힌 적이 많습니다.

세상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계파 정치와 파벌이 횡행하며 회의와 냉소주의와 함께 권위주의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래도 이런 세상에서 진실함, 청렴, 인간미, 자신감, 기본적인 상식과 우아함을 원 없이 발휘했습니다. 제가 벌써 그리워지는 정치인 오바마, 인간 오바마의 매력을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여러분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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