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페이지의 집착, 구글을 움직이는 동력 (1)
2016년 1월 26일  |  By:   |  경영, 경제  |  No Comment

3년 전, 무기 회사 록히드 마틴의 핵융합 프로그램을 관장하던 엔지니어 찰스 체이스는 구글 컨퍼런스에서 하얀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전에 만난 적이 없는 한 남자가 말을 걸며 다가왔습니다. 이들은 핵융합을 통해 태양을 본뜬 청정에너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20분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제야 체이스는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름을 물었습니다.

“래리 페이지라고 합니다.”

상대편 남자의 말을 듣고서야 체이스는 자신이 지금 20분 동안 구글의 억만장자 창업자이자 CEO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체이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과는 급이 다른 사람이다, 지금 누구랑 대화하는지 알기나 하느냐는 식의 태도는 정말이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거든요.”

래리 페이지는 전형적인 CEO와는 거리가 멉니다. 기업의 수장들은 투자자 컨퍼런스나 고객 앞에서 새로운 제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올해 42살인 페이지는 2013년 이후 기업의 수익 결산 보고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구글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I/O 자리에서도 중앙 무대 대신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을 따라가야 래리 페이지를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그가 은둔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로봇 컨퍼런스나 지적 모임의 장인 테드(TED)와 같은 행사에는 꼬박꼬박 나타납니다. 과학자들은 그가 구글이 주최하는 다양한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기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거나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을 쉽게 볼 있다고 말합니다.

래리 페이지가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실리콘 밸리의 첫 번째 CEO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구글의 핵심 사업 외에도 그의 관심을 끄는 분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다듬었으며, 그 결과 연이어 발을 내디딘 구글의 새로운 사업 분야에는 페이지의 개인적 호기심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페이지는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웠습니다. 구글의 캐시카우와도 같은 광고 관련 사업은 구글의 몫으로 그대로 두고, 무인 자동차와 같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아무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종류의 사업은 아예 알파벳으로 가져온 것이죠. 무인자동차뿐 아니라 바이오테크, 에너지 사업, 우주여행, 인공지능, 도시 계획 등 알파벳이 관여하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오는 2월 1일, 알파벳은 4사분기 실적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알파벳의 최고 경영자로서 페이지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구글의 광고 수익을 어떻게 새로운 분야로 확장할지 모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알파벳 설립을 발표하면서 페이지는 자신과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사람과 기업을 찾는 동시에 이제 알파벳의 자회사가 된 구글(Google Inc.)의 경영 구조를 간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의 새로운 경영진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자신과 브린은 각각의 사업에 적합한 리더를 골라 권한을 주고 필요하면 조언을 주며 성과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제 각각의 사업에 걸맞는 강력한 CEO가 자리를 잡아 해당 사업을 이끌고, 저희는 뒤에서 각 사업과 CEO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저희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구글의 기존 사업은 새로운 CEO 순다 피차이가 맡습니다. 피차이는 암을 정복하거나 우주에 사람을 보내는 일은 다른 동료들에게 맡겨두고 기존 구글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 광고 사업을 경영하는 데 집중합니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머신러닝이나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과 기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테고, 여러 차례 구글을 난관에 빠트렸던 규제 당국과의 얽힌 실타래도 풀어야겠죠.

페이지는 앞서 말했듯 새로운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적용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을 뽑아 사업을 맡기는 일에 집중합니다. 알파벳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아직 CEO를 찾지 못한 분야가 많습니다. 새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재정적, 물리적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그가 최근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입니다. 그가 여러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예전부터 그가 즐겨 해오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일을 이제 본업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이를 한 마디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세르게이와 저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을 하나의 사업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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