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자기 코의 위치를 아는 것일까요?
2015년 12월 18일  |  By:   |  과학  |  No Comment

자 한 번 해봅시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코를 만져보세요.

할 수 있었나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다섯가지 감각인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의 코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수용감각(proprioception)”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생물학자 우승현은 이를 “신체 부위의 위치에 대한 감각”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감각 덕에 우리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고 또 눈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입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 자기수용감각은 때로 여섯번째 감각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다섯가지 감각에 비해 우리는 아직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각과 후각의 경우 우리는 이와 관련된 분자들을 자세히 알고 있지만, 자기수용감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네이처 지에는 스크립스 연구소의 우승현 박사와 콜럼비아 대학, 산호세 주립대학 의 연구진이 근육과 힘줄의 특별한 신경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자기수용기(proprioceptor)인 단백질 피에조2(Piezo2)가 자기수용감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듀크 대학의 신경생물학자 요그 그란들은 우리가 신체를 움직일 때 그 근육과 힘줄이 늘어나며 이때 자기수용기가 있는 신경세포의 표면에 힘이 가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힘은 피에조2 단백질을 뒤틀어 단백질 내부로 가는 구멍을 열게되며 이 구멍을 통해 작은 입자들이 들어와 전기적 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가 척수를 통해 우리 뇌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천분의 일초인 밀리세컨드 수준에서 일어납니다.

이들은 먼저 쥐의 자기수용기에 피에조2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해 피에조2 단백질이 없는 쥐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이 쥐는 자신의 몸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쥐가 보인 행동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쥐는 다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뻗었으며, 때로는 다리를 땅이 아니라 하늘로 뻗기도 했습니다. 움직일 때에도 배가 땅에 끌려 마치 개가 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쥐들을 해부해 자기수용기가 실제로 근력을 측정한다는 것 역시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이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자기수용체 세포를 형광 적색으로 빛나도록 만들어 쉽게 이를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근육에서 분리한 이 세포를 배양액에 넣은 이들은 이 세포에 자극을 가하고 전기신호를 확인했습니다. 예상대로 전기반응은 피에조2 가 가진 고유반응과 같았습니다. 또한 다리 근육과 자기수용기를 함께 분리한 후 자극을 가했을 때에도 같은 전기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앞서 피에조2 단백질을 가지지 못한 쥐에서 이를 분리했을 때에는 자기수용기가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피에조2 단백질은 힘만을 측정하는 단백질이 아닙니다. 피부의 촉감과 연골조직에도 이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듀크대학의 신경과학자 볼프강 리트케는 연골조직이 어떻게 압력을 감지하며 이에 반응해 조직을 성장시키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과정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리트케는 무거운 물체를 들 때 무릎 연골에 힘이 걸리는 것처럼 연골 조직이 높은 압력을 경험할 때 조직내의 피에조2 단백질과 관련 단백질이 열리면서 신호입자들을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문에 이 단백질의 이름에 그리스어로 압력인 “피에시(piesi)”로 붙었습니다.)

어떤 이들, 특히 비만인 이들 가운데는 이 피에조2 단백질이 너무 많은 시간동안 열려있어 이때문에 연골 세포가 괴사해 관절염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리트케는 이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의학적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GsMTx4라 불리는, 거미독을 이용한 비독성 약물로 피에조2 를 비활성화 시켜 연골조직에 주는 피해를 멈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연골 조직과 자기수용기는 비록 같은 단백질을 공유하고 있지만 연골조직은 그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반면, 자기수용기는 근력 신호를 뇌로 보내 우리로 하여금 이를 감지하게 한다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가진 “감각”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피에조 단백질은 우리가 가진 기온, 혈압, 혈액내 화학물질의 농도 등을 감지하는 여러 단백질 종류 중 하나일 뿐이며 아직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단백질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후각이나 미각 같은 감각은 이 거대한 그림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죠.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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