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항상 일을 미루는 것일까요
2015년 12월 16일  |  By:   |  과학  |  2 Comments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 일을 미룹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이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닙니다. 빨래를 며칠 미루거나 페이스북에서 15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정도이지요.

그러나 이 ‘미루기’ 때문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은퇴 후를 위해 연금을 붓기 시작해야 겠다고 결심만 할 뿐 절대 이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을 봅시다. 비만이나 당뇨로 고생하면서 ‘내일부터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거야’라고 말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그렇지요. 대략 5% 정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이런 만성 지연으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은 스스로 결심한 좋은 내용임에도 이를 실제로 따르는 데에는 그렇게 약한 것일까요?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흔히 잘못된 시간관리 방법과 자신의 부족한 의지력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의 답으로 우리 뇌와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을 꼽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루기’가 일종의 뇌의 대처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미루는 것은 곧 감정적으로 불편한 일을 피하고 대신 일시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미루기 자체가 다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며, 사람들은 이때문에 더 그 일을 미루게 만드는 부정적 순환이 일어납니다.

이런 미루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가 왜 이렇게 ‘미루기’에 약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톰 파이킬은 자신이 공저한 한 논문에서 앞선 시험에서 할 일을 미뤘던 학생이 자신을 용서했을때 그 다음 시험에서는 할 일을 덜 미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미루기에 약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런 발견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미루기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에게 힌트를 줍니다.

오타와 칼튼 대학의 교수인 파이킬은 지난 19년 동안 미루기(procrastination)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나는 그에게 왜 사람들이 자꾸 일을 미루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수잔나 로크: ‘미루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요?

팀 파이킬: 자꾸 일을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나는 시간 관리에 문제가 있어’ 또는 ‘마음을 잡지 못했을 뿐이야. 의지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라고 말합니다. 한편 다른 이가 할 일을 미루는 것을 볼 때에는 경멸적인 단어를 사용해 이를 표현합니다. ‘그 사람들은 게으른거지.’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미루기를 뇌가 가진 감정에 기반한 대처 전략의 하나로, 현실에서 부정적인 형태로 드러난 뇌의 특성으로 여깁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따라 그 일을 피하고 있으며, 그 감정들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것들입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미루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한편 이는 자기 규제 능력의 부족과도 관계를 가집니다.

간단히 말해, 누구에게나 머리 속에 여섯 살 난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어! 기분 나빠!”

SL: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뇌를 관찰함으로써 어떤 특징들을 발견했나요?

TP: 최근 우리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루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할 허쉬필드는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매우 훌륭한 연구들을 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포토샵으로 만든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여 주었을 때 참가자들이 은퇴연금으로 더 많은 돈을 할당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fMRI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자신을 마치 타인처럼 여긴다는 것입니다.

우리 실험실의 대학원생 이브-마리 블루인-후돈은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연구를 막 마쳤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연속성을 측정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두 자아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 반면, 어떤 이들은 이를 완전히 겹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연속된다고 보는 사람들일수록 일을 잘 미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이제 이미지를 이용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만들 예정이며, 이렇게 했을 때 학생들이 덜 일을 미룰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미래의 나이며, 내가 일을 미뤘을 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결국 나’라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써 일을 덜 미루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SL: 미루기에 관해 가장 놀라운 사실은 어떤게 있나요?

TP: 아직도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 한 가지 사실은 많은 이들이 겪는 미루기 경험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미루기의 정의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루기를 사태가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스스로 이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미루기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쩔 수가 없어요”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어떤 이들에게는 이는 스스로 손 쓸 수 없는 그런 일입니다.

SL: 미루기를 멈출 수 있는 가장 좋은 팁 하나를 알려주세요.

TP: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일단 시작하자(Just get started)”입니다. 하지만 “그냥 해(Just do it)”라고는 말하지 맙시다. 이건 너무 강압적이에요. 그러나 어떻게든 시작하도록 만들어야합니다.

해야할 일이 눈 앞에 놓일 때마다 우리는 이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을 가집니다. 어떤 이들은 그 일에 맞는 마음가짐이 갖추어 져야만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일을 할 기분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그 일에 딱 맞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즉, 우리는 각자 자신을 해야 할 일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아,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든 시작해 보자구.”

SL: 어떤 일을 아주 조금이라도 시작하고 나면, 그 일을 점점 더 하기 쉬워진다는 그런 실험적 증거가 혹시 있나요?

TP: 앤드류 엘리엇과 다른 이들이 행한 심리학 실험 중에는 목표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이 있습니다. 즉,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시작이 당신의 기분을 낫게 만들고 다시 동기를 부여하게 됩니다.

1990년대에 나는 학생들에게 삐삐를 주고 과제 마감 5일 전부터 하루에 8번씩 삐삐를 울려 그들의 기분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과제를 막상 시작하자 그 과제가 생각보다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느낌은 변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SL: 하지만 자꾸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리게 되거든요.

TP: 피터 골위처와 그의 동료들은 실행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요법을 통해 다른 일에 관심을 빼앗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 관한 연구를 오랬동안 해왔습니다.

실행 의도란, “만약 ~ 하다면 ~ 할 것이다”와 같은 형식을 가집니다. “전화벨이 울려도 나는 받지 않을거야.”, “친구가 전화를 걸어 내게 놀자고 말한다면 나는 안돼라고 말할거야” 같은 것들입니다. 즉, 미리 결심을 해놓는 것이지요.

누구나 이런 실행 의도를 이용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문단을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문단을 읽을거야.” 같은 식이죠.

SL: 정말 사람들이 미루는 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TP: 나는 나 자신을 미루는 습관을 극복한 살아있는 예로 생각합니다. 대학생 시절 나는 언제나 할 일을 미뤘습니다. 하지만 미루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루기는 자기자신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미룰 경우 그 일을 결국 해야할 사람이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스스로를 마주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일을 미루지 않을 겁니다. 결국 그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니까요.

나는 내 삶을 좋아하고, 내게 중요한 일들을 하기위한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로버트 포젠이 쓴 “극도의 생산성(extreme productivity)”에는 OHIO 규칙이 소개됩니다. 이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뜻입니다. (Only handle it once.) 나는 이메일에 이 법칙을 적용합니다. 이메일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지금 답하거나, 아니면 휴지통에 버릴거야.” 그 중간은 없습니다. 나는 나중에 답하기 위해 그 메일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2분 안에 답할 수 있다면 – 이건 데이비드 알렌의 GTD 방식이죠 – 바로 답하는 것입니다.

나는 예전에는 일을 많이 미뤘지만 이제 이런 여러 기발한 전략을 이용해 일을 미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원칙을 모든 층위에 적용합니다. 행동적인 일에, 감정적인 일에, 그리고 인지 수준의 일에서도 그렇습니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내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칠 것인가 입니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VOX)

원문 보기

  • JC

    오타 신고합니다. ‘연금을 붇다’ 대신 연금을 붓다(붓다02) 가 적절한 표현입니다. 붇다는 단순히 분량이나 수가 많아짐을 뜻하고(냇물이 붇다) 납입금을 일정한 기간마다 내서 불릴 때는 ‘붓다’라고 씁니다.

    • Hyoseok Yi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