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의제가 되어가는 최저임금
2015년 11월 12일  |  By:   |  경제, 세계  |  1 comment

한 가지 경제 문제에는 대개 다양한 사안이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만 해도 최근 공개된 협정 전문이 무려 6천 쪽이 넘습니다. 반면에 그 이치를 파악하는 일이 훨씬 간단한 사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입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정해놓은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인데, 이 법안의 내용은 한 쪽이 채 안 되는 몇 문단일 뿐입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민주당, 공화당의 의견 차이도 아주 뚜렷합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공화당은 최저임금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부분 의원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당의 견해를 따릅니다. 지난 10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TV 토론회가 열린 밀워키에서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국제 서비스 노조연맹(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이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이 화두가 된 지난  3년간,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은 주로 한시적 파업이나 가두행진 등 주로 고용주와 기업을 향해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청을 비롯한 지방정부 청사가 주요 시위 장소가 됐습니다. 또한 공화당 TV 토론을 앞두고 시위를 벌이는 등 정치인들에게 직접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5달러”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지하는 단체인 전국 고용계약법 계획(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의 크리스틴 오웬스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이 현상을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내년 11월 선거까지 앞으로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총 6,400만 명에 이르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규합해 이들의 정치적인 행동을 촉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주요 도시에서 시위에 나서는 노동자들은 “우리는 시간당 15달러, 그리고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요구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입니다.

레스토랑 업계의 지원을 받는 고용정책 연구소(Employment Policies Institute)는 <뉴욕포스트>에 한 면을 털어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문제를 지적하는 광고를 냈습니다. 광고는 뉴햄프셔대학 여론조사 연구소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는데,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 가운데 3/4은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특히 젊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옮긴이: 사실 어느 정도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관련 <이코노미스트> 기사)

가장 최근 미국 의회가 최저임금을 올린 건 지난 2009년입니다. 이후 29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는 연방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7.25달러 이상으로 인상했습니다. 시간당 8~9달러로 책정된 경우가 대부분인 가운데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처럼 시간당 15달러 안이 통과를 눈앞에 둔 곳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내 단계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의회 내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가로막혔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저마다 최저임금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소속 정당에 따라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차이가 뚜렷히 갈렸습니다.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패스트푸드 노동자, 간병 노동자, 보육원에서 일하는 노동자 여러분이 우리 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15달러 최저임금을 지지합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윗을 남겼습니다.

“오늘 최저임금 15달러와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수많은 노동자들과 연대합니다.”

(옮긴이: 원문에 나와있는 해당 트윗을 찾을 수 없어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샌더스의 트윗 링크를 첨부합니다. 이 트윗의 내용은 샌더스가 줄기차게 지적해 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40시간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가난하게 사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대단히 급진적인 선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5달러 최저임금을 지지합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민주당)는 오는 2018년까지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뉴욕 주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주 정부 차원에서 많은 공무원들에게 일괄 적용하는 최저임금으로는 대단히 높은 폭의 인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최저임금 인상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들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MSNBC 아침뉴스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정말 골치아픈 질문(nasty question)입니다. 아마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진짜 고약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이 훨씬 노동력이 싼 나라와 경쟁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낮은 게 미국 경제에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의사 출신으로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벤 카슨은 CNBC와 지난 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보다는 (최저임금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저임금 노동자 저스틴 머든(20) 씨는 청소부, 경비원 일을 합니다. 시급은 9달러가 되지 않습니다. NPR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머든 씨는 집집마다 방문하는 시민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최저임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맥도날드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앞으로 정치인들의 말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이든 시의회 의원이든 대통령이든 후보로 나서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할 때는 정견을 밝히잖아요. 거기에 이제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죠. 이젠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의미와 맥락인지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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