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향하는 사람 중 “난민”은 얼마나 될까요?
2015년 9월 10일  |  By:   |  세계  |  No Comment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유럽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난민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슬로바키아의 총리 로베르트 피초 역시 95%가 경제이주민이라고 말했죠. 현 사태에서 난민과 이주자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난민 협약이나 EU(유럽연합)의 법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전쟁 또는 박해를 피해 피난오는 “난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단순히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오르반이나 피초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재 유럽 난민 사태는 단순히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이들을 강제로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해결되는 일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말은 사실일까요?

숫자를 살펴보겠습니다. EU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4분기에 50% 이상의 “난민 인정률”을 보인 국가는 시리아, 에리트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소말리아, 수단입니다. UNHCR은 올해 그리스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는 25만 여 명 이민자들 가운데 90%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국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탈리아로 온 약 12만 명 가운데 41%는 에리트리아, 소말리아, 그리고 수단 출신이죠. 여러 수치를 검토한 결과, 우리는 그리스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81%, 이탈리아로 오는 사람의 46%가 난민 지위, 또는 그에 준하는 보호를 획득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감비아 등에서 오는 사람들은 다수가 난민 지위 획득에 실패합니다.

그럼 이제 다른 각도에서 자료를 살펴봅시다. 앞으로 2년 동안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로부터 16만 명의 망명 신청자들을 분산, 수용하겠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계획은 “난민인정률” 75% 이상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나라는 시리아, 에리트리아 그리고 이라크 뿐이죠. 올해 뱃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이주자들 중 이 세 국가 출신은 62%에 불과합니다. 올해 들어 이미 들어온 이주자의 숫자를 생각하면, 유럽연합이 받아들이겠다는 이주자의 수는 신청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이 수치는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주자들만 헤아린 수치로, 독일에는 육로로 건너오는 발칸 반도의 이주자들도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보호받을 자격을 획득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다수가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르반 총리의 편을 좀 들어보자면, 난민과 경제이주자를 딱 잘라 구분하는 것으로는 이주 동기의 복잡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전쟁이 이주의 동기였다 하더라도, 일단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은 이주를 통해 최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얻으려 할 테니까요. 그러나 유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다수가 전쟁이나 독재자의 횡포를 피해서 오는 것이 수치에서도 드러나는 만큼, 유럽의 정치인들은 보다 관용적인 태도로 현재 사태에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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