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없앨 수 없다면 제도적으로 억누릅시다
2015년 9월 9일  |  By:   |  경영, 세계  |  No Comment

우리 모두는 무의식 속에서나마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인의 선입견은 채용과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이버 보안 회사 레드실(RedSeal)을 이끌고 있는 피트 싱클레어 역시 어느 순간 회사 내 여성 엔지니어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백인, 중국인 또는 인도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회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레드실은 또 다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유니티브(Unitive)의 도움을 받아, 보다 다양한 구직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채용 공고 문구를 개발하고, 면접관의 선입견보다는 구직자의 자격 요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인터뷰 방식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레드실의 채용 공고에 이력서를 보낸 지원자의 수는 30% 늘어났고,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도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가장 최근 고용한 직원은 중동계 여성입니다. 솔직히 말해 예전 같으면 ‘우리 틀’에 맞지 않아 스스로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뽑히기도 어려운 사람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팀 내 최고의 엔지니어입니다.”

싱클레어는 다양성의 추구가 이타주의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들과 인재 발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지원자 풀이 넓어지는 것은 회사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죠.

인간은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억누르려 노력해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이처럼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 무의식적 선입견의 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기는 회사의 생산성과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는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유니티브의 소프트웨어는 1990년대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앤서니 그린월드가 개발한 내재적 연관성 검사(IAT, Implicit Association Test)를 비롯한 사회과학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IAT는 각각의 인종에 대해 “좋다”, “나쁘다”와 같은 형용사를 어떻게 떠올리는지를 검사하는 테스트죠. 그린월드는 이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흑인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무의식적 선입견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밝혀냈죠.

그때부터 그린월드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선입견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선입견이 갖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력서에 인종 표시를 없애고, 면접에서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도록 표준화된 채용 과정을 만드는 것 등이 선입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지원자의 인종과 성별을 모르는 상태에서, 필요한 업무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만으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생겼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터에서 선입견은 여전히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선입견을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클라우드컴퓨팅 회사는 간부 연수 프로그램에 선입견 테스트를 포함해, 자신의 선입견이 채용과 평가, 승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선입견에 깜짝 놀란 간부들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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