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구자랏 주 정부,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 사례합니다”
2015년 9월 4일  |  By:   |  건강, 세계  |  No Comment

야외배변(open defecation)이란 말 그대로 배변을 처리할 수 있는 위생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들판이나 길가, 숲덤불에서 볼일을 보는 일을 말합니다. 하수 처리가 되지 않은 채 지하수나 강,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변은 공중 위생에 심각한 위협입니다. 실제로 매년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인간의 배변을 통해 옮는 병에 걸려 목숨을 잃습니다.

인도에서는 5억 9천만 명 정도가 화장실과 같은 위생시설 없이 그냥 아무 데나 볼일을 봅니다. 심지어 공중 화장실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도에서만 설사병에 걸려 숨지는 어린이가 매년 20만 명이나 됩니다. 구자랏 주에 있는 아흐메다바드 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색적이고 적극적인 처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작지만 사례를 하기로 한 겁니다.

아흐메다바드 시의 슬럼가 찬돌리야 쪽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가 뜨기 전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기찻길 옆 수풀 여기저기에서 볼일을 봅니다. 구자랏 주의 위생시설 개발청을 이끌고 있는 프라자파티(Anil Prajapati) 씨는 몸에 밴 습관을 바꿔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공중화장실을 설치했는데도 사람들이 좀처럼 이용하지를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중화장실 안에 귀신이 있어서 아이를 납치해갈 거라고 믿기도 해요. 시골 작은 마을에서 평생 화장실을 써본 적 없이 자란 사람들에겐 이 시설이 낯설기만 한 것이죠.”

사람들이 밖에서 대변을 보면 파리가 꼬이고 그 파리가 다시 사람이 먹는 음식에 앉아 병균을 옮깁니다. 사람의 배변이 마을 우물이나 개울로 흘러들어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마시거나 몸을 씻는 물이 오염되는 것만큼 공중 위생에 치명적인 일은 없습니다.

대변을 통해 옮는 각종 전염병은 어린이의 사망 뿐 아니라 발달 장애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아흐메다바드 시의회가 320개 공중 화장실 가운데 143곳에서 요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도 위생 시설을 활용해 병이 옮는 것을 막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화장실은 이용료를 내야 쓸 수 있습니다. 솔란키 박사는 말합니다.

“요금을 내야 쓸 수 있는 화장실 바로 앞에서 아이들이 볼일을 보더라고요,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일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무언가 다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길가에서 용변을 보는 대신 화장실을 이용하면 1루피(우리돈 20원 남짓)를 손에 쥐어주거나, 초콜릿을 주는 식으로 작전을 바꿔봤죠.”

올해 다섯 살인 부미 다타디아(Bhumi Datadia)는 이 정책의 수혜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부미를 포함해 가족 5명이 모여사는 좁은 집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볼일을 보려면 근처 강가로 가거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정책 덕분에 공중화장실에 갈 때마다 부미는 1루피를 벌어옵니다. 장부에 기록된 화장실 이용내역에 따라 매달 말 보상을 받는 식입니다. 부미는 당차게 말했습니다.

“화장실은 정말 좋아요. 그 돈을 나중에 학교 갈 때 필요한 돈에 보탤 거예요.”

시 정부는 정책을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확대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시 정부에서 일하는 타라(D Thara)는 이 정책을 결국 좋은 습관을 널리 퍼뜨리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일을 하면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잖아요. 어린이들이 화장실을 쓰기 시작하면 어른들도 점점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는 일을 덜하게 될 겁니다.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습관이 퍼져나가는 거죠.”

취지는 좋더라도 정책이 효과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화장실이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당히 더러운 곳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물을 너무 많이 써서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야외배변과 이를 근절하는 정책은 교육, 소득, 여성의 안전과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어두운 밤에 여성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볼일을 보는 건 무척 위험합니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인도에선 그런 일이 없지 않으니까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9년까지 모든 집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을 공중 보건, 위생의 최우선 목표로 정했습니다. 최근에 인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들여 여러 공중 보건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목표로 한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화장실을 짓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람들의 용변 습관 자체를 바꾸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이 결국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 꼭 필요한 의미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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