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어머니 에셀 로젠버그는 무죄입니다”
2015년 8월 14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 1953년 간첩행위로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당한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에셀 로젠버그의 두 아들 마이클 미로폴과 로버트 미로폴이 뉴욕타임스에 어머니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어머니 에셀 로젠버그는 1953년 6월 19일 사형에 처했습니다. 간첩 행위를 했다는 것이 공식적인 죄목이었지만, 많은 사람은 부모님이 미국의 숙적인 소련에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원자폭탄 관련 정보를 넘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매카시즘 시대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우리 형제는 부모님의 사건을 다시 법정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아버지가 간첩행위를 했지만, 원자폭탄 관련 정보를 넘기지는 않았고, 양친 모두 사형을 선고받을 만한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지난달, 이제는 고인이 된 외삼촌 데이비드 그린글래스의 대배심 증언록이 공개되면서 우리의 시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어머니가 기소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를 배신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음을 공개된 문서들이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에셀 로젠버그는 부당한 형을 받고 사형에 처했음을 미국 정부가 인정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1951년 재판 당시, 어머니에게 불리한 증거는 대부분 남동생인 데이비드 그린글래스와 그의 부인인 루스의 증언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그들은 에셀이 1944년 11월, 남편을 도와 데이비드에게 간첩 행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고, 루스에게도 남편을 설득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데이비드는 미국 육군 소속 기계 설비 기술자로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에서 무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1945년 9월의 한 모임에서 데이비드가 줄리어스에게 원자폭탄의 단면도를 건넸고, 거기에 적혀있던 데이비드의 자필 메모를 에셀이 타자기로 옮겨 적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보면, 데이비드는 1950년 8월 7일 대배심 앞에서 문제의 모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타자기에 관한 말도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에셀과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거듭 증언했죠. 이보다 나흘 앞서 루스도 대배심 증언에서 문제의 모임을 언급하지 않았고, 특히 줄리어스에게 특정 자료를 건넨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데이비드는 1945년 가을, 뉴욕의 어딘가에서 줄리어스에게 단면도 스케치를 넘겼다고 말을 바꾸었고, 법정에서는 스케치를 넘긴 장소가 로젠버그의 아파트였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말합니다. 루스의 증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부분이죠.

수십 년 후, 데이비드는 뉴욕타임스의 샘 로버츠 기자에게 자신이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우리는 데이비드와 루스가 우리 부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9월의 모임을 만들어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기록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소련이 루스에게 코드명까지 주면서 스파이로 인정했고, 그녀가 KGB에 자료를 넘길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머니가 혐의를 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 7월, 아버지가 체포된 뒤였습니다. 당시 법무부 차관도 FBI에 “에셀 로젠버그를 기소할만한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남편을 잡아넣기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이 열리기 한 달 전인 1951년 2월, 검찰도 의회 앞에서 “에셀 로젠버그의 혐의점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본보기로 무거운 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소련 정부의 전문에 등장하는 “리버럴(줄리어스의 코드명)과 그의 아내”와 같은 부분이 어머니도 간첩 행위에 개입했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서로 어느 정도까지 비밀을 털어놓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록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어머니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린글래스 부부의 거짓말이 필요했다는 점, 둘째, KGB가 에셀 로젠버그에게 코드명도 부여하지 않았고 스파이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 셋째, 검찰이 아버지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어머니를 볼모로 잡았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에셀 로젠버그는 간첩이 아닙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아버지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어머니를 이용하려 했고, 그 시도가 무산되자 거짓 증언을 발판삼아 어머니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국가적 위기 때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가 9.11 테러 이후 오늘날의 미국에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에셀 로젠버그의 무죄를 인정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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