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은 언제 성공할까?
2015년 8월 11일  |  By:   |  경영  |  No Comment

모옮긴이: Q&A 웹사이트 <Quora>에 “원하는 만큼만 돈을 지불하라는 가격 모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이 주제에 관한 한 전문가인 칼 셴(Carl Shan)의 답변을 <Slate>가 갈무리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 합의해야겠죠?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1. 돈을 번다: 가격을 정해놓고 물건/서비스를 팔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성공이다.

2.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쓰인다: 공짜로 나눠주더라도 상관 없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3. 브랜드 가치 제고: “원하는 만큼만 내고 살 수 있는 아주 질 좋은 물건/서비스”라는  인식을 얻게 되면 그게 성공이다.

정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맞춤형 전략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죠. 예를 들어 저와 공저자는 저희의 에 대해 2번, 3번을 달성한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저희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저희 책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을 팔아 버는 당장의 수익은 줄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내기 전에 우리 책에 관심을 표명한 5,700명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 내는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던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꼭 적용해야 할 것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톰 몰케스(Tom Morkes)는 <원하는 만큼 내는 가격 설정에 관한 모든 것(The Complete Guide to Pay What You Want Pricing)>이라는 책의 저자로 이 문제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조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1.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아주 작은 제품

예를 들어 디지털 상품은 100명에게 팔든 101명에게 팔든 비용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전자책을 새로운 소비자가 다운로드하는 데 판매자가 따로 들여야 할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기 때문에 이 경우 초기 비용이 수거된 다음이라면 한 푼이라도 받고 물건을 더 파는 게 그 자체로 이윤으로 돌아옵니다.

주문을 받으면 물건을 제작해서 배송까지 해야 하는 제품은 다릅니다. “원하는 만큼만 내시라”고 했다가 소비자가 배송비도 못 건질 만큼 적은 돈을 치르면 판매자는 손해를 봅니다.

2. 공정한(fair-minded) 소비자에게 제품/서비스를 파는 경우

몰케스가 말하는 공정한 소비자란 “이 제품/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제작자가 흘린 땀과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그런 제품을 쓰기 위해 그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죠.

제작자나 판매자 입장에서 관대한 소비자 혹은 돈이 많은 소비자를 찾아헤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충분히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 음악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했습니다. 제대로 된 값을 내고 음악을 들어주시면 제작자로서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같은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모두에게 이런 호소가 통하지는 않겠지만, 기대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있을 겁니다.

원하는 가격 범주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통 이런 책은 15,000~25,000원 정도 합니다. 물론 여러분은 원하는 만큼만 내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같은 식으로요.”1만 원 이상을 내고 사가시는 고객 분들께는 저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책의 뒷이야기 팟캐스트 청취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같은 메시지도 효과가 있습니다.

3. 다양한 가격대에 팔릴 수 있는 제품

소비자마다 같은 제품에 대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느 가격에 팔더라도 의미가 있는 제품일 경우 원하는 만큼 돈을 받고 파는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가를 매겨 팔았다면 2만 원을 받고 팔았어야 하는 책이 있다고 합시다. 이 책에 5천 원 이상은 지불할 용의가 없는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돈을 치르고 가져가라고 하면 5천 원을 내고 사갈 겁니다. 안 팔리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더 팔리는 게 나은 상황에선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습니다.

4.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확인할 것

비슷한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제품/서비스의 질이 월등하거나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있는 경우에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가를 매겨 파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5. 소비자와 제작자/판매자의 친분 관계, 신뢰

소비자가 제작자나 판매자를 잘 알면 그만큼 제품에 신뢰를 갖습니다. 이 물건/서비스를 허투루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제 값을 치를 확률도 높아지죠.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뒤 다음 번 제품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원하는 만큼만 내세요” 전략은 사실 그때 그때 다릅니다. 몇 가지 조건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실험을 스스로 해보면서 데이터를 얻고 이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적용해보면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행운을 빕니다! (S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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