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코니코바] 포르노와 사회(2/4)
2015년 7월 15일  |  By:   |  과학  |  No Comment

1부 보기

포르노의 영향을 연구하는 데 있어, 상관관계 이상의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UCLA의 성-정신생리학 및 감정 뇌과학 연구소의 소장 니콜 프라우스는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포르노와 성에 대해 연구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르노는 차별받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가진 자료들은 실험으로 얻은 것도 아니며 장기간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다수의 자료는 상관관계와 연관 관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대부분 연구결과는 실험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과관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이제 변화가 필요합니다.”

프라우스는 우연한 계기로 성에 대해 연구하게 됐습니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따라 인디애나로 갔을 때 마침 그 근처에 있던 킨제이 연구소는 연구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곧 성에 대한 연구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프라우스는 실험실에서 포르노를 연구하는 미국에서 얼마 되지 않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숙련된 뇌과학자로서 그녀는 포르노가 뇌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fMRI, PET, EEG 등을 사용해 프라우스는 포르노가 뇌에 끼치는 영향과 그 반응이 다시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포르노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포영화나 번지점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저 여기에 성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포르노가 뇌에 특별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 포르노와 다른 자극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아요. 다른 강력한 자극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성적 욕구가 약한 사람이라면 포르노를 볼 때와 초콜릿을 먹을 때 뇌가 받는 자극의 세기와 그 자극이 발생하는 영역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또 프라우스는, 포르노를 많이 볼수록 포르노에 무감각하게 된다는 주장, 곧 같은 쾌락을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프라우스와 콘코르디아 대학의 심리학자 제임스 파우스는 280명의 성적 흥분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들은 포르노를 많이 본 이들이 오히려 덜 노골적인 자극을 받았을 때 더 많은 흥분을 느꼈고, 실제 상대방과의 성관계 역시 더 강하게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포르노가 정상적인 성적 신호에 무디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민감하게 만들며, 또 현실의 상대방을 더 많이 원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프라우스는 2014년 발표한 글에서 포르노 중독이라는 단어를 – 이 말은 포르노가 마약처럼 더 많이 볼수록 더 많이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는 뜻이지요 –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습니다. 곧, 모든 이가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죠.

프라우스는 포르노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역시 조사했습니다. 포르노를 보는 것이 성적 친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요? 2013년 아이다호 주립대 카메론 스탤리와의 공동연구에서 그녀는 44쌍의 연인에게 포르노를 각각 혹은 같이 보도록 요청한 뒤, 이들이 서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습니다. 포르노를 본 연인들은 자신의 흥분, 성적 만족, 스스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상대방의 매력과 성적 행동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프라우스와 스탤리는 포르노를 어떻게 보았는지와 무관하게 포르노 시청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음을 발견했습니다. 포르노는 또한 자신의 성에 대한 이해 역시 높였습니다.

지난 10년간, 프라우스가 했던 것과 비슷한 실험적 접근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알려졌던 포르노의 해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스위스 멀티센터는 16~20세 젊은이 7,500여 명에게 인터넷 포르노를 보는지 물었고(남자의 3/4 이상, 그리고 여자의 36%가 최근 한 달 사이에 포르노를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행동과 태도를 측정했습니다. 이들은 포르노를 보는 것과 성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 사이에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포르노 시청이 젊은이의 사회적 발달과 태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2005년부터의 연구를 종합한 2012년 논문은 포르노가 비현실적인 성적 환상을 키우며 자유방임적인 태도나 실험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는 기존의 주장을 재현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성적 중독과 충동(Sexual Addition and Compulsivity)”지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연구를 모두 종합했을 때,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성적으로 공격적인 행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와이대학의 성 과학자 밀튼 다이아몬드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포르노가 남자를 더 폭력적으로 만들거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진 15~25세 청년 4,6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심리학자 거트 마틴 홀트는 포르노 시청이 모험적인 성행동(쓰리섬, 이성애자끼리 같은 파트너를 공유하는 행동, 온라인에서 만난 이와 성행위를 가지는 행동 등), 파트너 경험(원나잇 스탠드, 첫 성행위 나이, 지금까지의 파트너 수 등), 성적 거래(성을 주고 돈이나 다른 대가를 받는 행위, 돈을 주고 성을 사는 행위) 등 다양한 성행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는 포르노를 자주 보는 것이 실제로 이런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였지만, 사회 인구학적 요인들과 위험 추구 성격, 사회적 관계 등을 통제하자 포르노의 영향은 겨우 0.3~4%에 불과한 것임을 보였습니다. 할트는 포르노의 영향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다른 맥락을 모두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곧, 포르노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요인 중의 한 가지이며, 그 영향력은 이미 노출된 다른 요인들에 비해 절대 크지 않고 오히려 대체로 더 작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3부로

(AEON)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