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코니코바] 포르노와 사회(1/4)
2015년 7월 14일  |  By:   |  과학  |  No Comment

내가 처음으로 포르노를 접했던 때가 정확히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0살쯤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기억은 AOL(역주: 미국의 초기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되었을 때 울리던 벨 소리의 기억과 얽혀있습니다. 그렇게 심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어떤 성기의 확대 사진이었고, 나는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어요. 우리 부모님은 세상이 마냥 아름다운 것들로만 가득 차 있다고 가르쳐주시는 그런 분들이 아니었죠. 그래서 나는 대충 그런 것들을 추측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10년 뒤에 태어났더라면, 그래서 인터넷이 단지 채팅 장소가 아닌 오늘날의 괴물 같은 존재가 된 상황에서 포르노를 경험하게 되었다면 내 경험은 사뭇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2012년 미국의 과학저술가인 개리 윌슨은 TEDx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넷 포르노의 범람은 아무런 감시 감독 없이 실행되고 있는 역사상 가장 급격한 전지구적 실험입니다.” 처음으로 우리는 포르노가 성적 행위, 취향, 그리고 유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윌슨은 과학자나 교수가 아니라 포르노에 반대하는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는 웹사이트인 “포르노가 당신의 뇌에 끼치는 영향(Your Brain On Porn)”의 설립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발표에서 그 웹사이트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포르노는 그것이 ‘일상적 사건의 극단적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과열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한두 명의 섹스 파트너만이 가능했던 시대에서 오늘날 우리는 한 번의 클릭으로 수십, 수백 명의 여성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인터넷 포르노 역시 다른 모든 중독 현상처럼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따라서 현실의 여성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심지어는 발기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포르노가 흔해질수록 자연스러운 성생활은 사라진다는 것이죠.

460만 명이 이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노팝(NoFap)’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었습니다. ‘팝(Fap)’은 일본 성인만화에서 온 단어로, 자위 시의 음향효과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즉 노팝은 자위를 참아보자는 운동입니다. 이는 윌슨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처럼 보입니다. 과도한 성적 자극에 노출될 경우 생식 능력(virility)이 감소하게 되며, 현실의 이성을 대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외톨이가 되며,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자극을 제한함으로써 우리는 활력을 얻게 되고, 성적 능력을 다시 키울 수 있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처음 윌슨의 강연이 나올 당시 ‘반자위주의자’는 7천 명이었으나 오늘날 이들의 수는 15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노팝 운동과 ‘포르노는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포르노 반대 진영에서 일어난 가장 최근의 움직임입니다. 포르노에 대한 전통적인 비판은 포르노가 여성, 혹은 성적 대상이 되는 상대방을 본질적으로 모욕하며, 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곧 현실에서의 인간관계 수준을 낮추며 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포르노를 보는 이는 실제 사람과 포르노 속의 환상적인 상대방을 비교하게 되며, 그 때문에 현실의 상대방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실제 성관계를 꺼리게 되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의 의도를 무시하고 포르노에서 보았던 행동을 강요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2007년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70%의 미국인이 포르노가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비판들은 정말 사실일까요? 이는 조사할 가치가 있습니다. 포르노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잘 밝히지 않으며 포르노 회사 역시 자신들이 가진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뉴욕대에서 미디어를 연구하는 칭 선(Chyng Sun) 교수는 포르노를 보는 사람의 수는 매우 많으며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인터넷 콘텐츠의 36%가 포르노라고 예측합니다. 검색 4건당 하나는 포르노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에만 4천만 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포르노를 보고 있습니다. 어떤 순간이든, 전 세계에서 동시에 포르노를 보고 있는 사람의 수는 170만 명입니다. 그녀가 조사한 500명의 남자 중 1%만이 포르노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답했고, 포르노를 처음 본 나이가 13살 이전인 사람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웹사이트 “포르노가 아닌 진짜 사랑을(Make Love Not Porn)”을 만든 신디 갤럽은 최근 내게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아이의 평균 나이가 8세에서 6세로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이 포르노를 찾아본 것은 아닙니다. 그저 포르노가 인터넷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죠.

포르노가 실제로 사람들의 태도, 행동, 삶, 그리고 인간관계의 만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그저 상관관계를 보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겪은 개인적인 일화들을 조사한 것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지금까지 포르노를 반대하는 데 목청을 높여 온 사람들은 사실 분명한 증거를 토대로 했다기보다는 그저 감정적인 이유로 그렇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969년, 덴마크는 최초로 포르노를 합법화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덴마크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질문과 함께 호기심을 가지고, 혹은 두려움을 가지고 이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덴마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부정적인 현상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포르노의 영향에 대해 연구해 온 코펜하겐 대학의 범죄학자 베를 쿠친스키는 합법화 이후 20년 동안의 덴마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이 실제로 더 줄어들었다고 1991년 한 연구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덴마크를 따라 포르노를 합법화한 스웨덴과 서독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가능한 대부분의 국가 단위의 자료에서 ‘[포르노의] 허가가 성폭력을 어떤 형태로든 증가시킬 가능성은 충분히 합리적인 관점에서 제외할 수 있으며… 오히려 성폭력은 실제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남북 아메리카 및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쿠친스키는 또한, 포르노는 오직 원래의 의도 그대로, 곧 성적 환상의 표현으로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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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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