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작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15년 7월 13일  |  By:   |  과학, 문화  |  No Comment

소설가 카밀라 샴지는 소설의 매 챕터를 마칠 때마다 특별한 의식을 행합니다. 지금까지 쓴 글을 크게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입니다. 카슈미르의 시인인 아가 샤히드 알리의 말을 빌리면,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걸 귀가 잡아낸다”는 것입니다. 몇 년에 걸쳐 말소리에 귀를 길들이면,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음절의 모음이 맞고 틀리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샴지의 퇴고 방식은 어쩌면, 말하기에 관련된 뇌 영역과 글쓰기에 관련된 뇌 영역이 한데 어울려 추는 춤일지 모릅니다. 존스 홉킨스의 브렌다 랩 교수의 연구가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말하기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15년간 연구해 온 랩 교수의 말에 따르면, 말하는 능력과 글쓰는 능력은 서로 다른 뇌 영역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차이는 손과 입 간의 협응보다 더 깊은 차원의 언어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환자들이 그림을 보고 말로 묘사할 때와 글로 묘사할 때의 결과가 다르기에, “이는 마치 비슷하지만 독립적인 두 개의 언어 시스템이 존재하는 듯하다”고 랩은 말합니다. 뇌 내 말하기 영역과 글쓰기 영역 간 분리는, 귀로 듣는 단어와 눈으로 읽는 단어를 이해하는 뇌 영역이 나뉘어져 있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이들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고 추정되며, 관련된 연구들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즉 “신경과학 연구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영역을 정확히 파악하게 도와줄지 모르지만, 그게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려면 아직 한참이나 더 남았다”는 것입니다.

리버풀의 심리, 건강 및 사회 기관에 소속된 영문학 교수 필립 데이비스는 “말이 멈추는 지점에서 글이 피어나며, 이는 직접 입밖으로 꺼내어 말하기 어려운 걸 ‘말하게’ 해 주는 수단이 된다”고 말합니다. “어떤 작가는 소리내어 말한 후 글로 옮기는 걸 좋아하는 반면, 또 다른 작가는 말보다 글의 비중이 더 클 수도 있지요.” 하나의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옮겨가는’ 행위는 중요합니다. “눈으로 읽은 내용이 다른 차원의 감상 및 인지, 즉 감정이나 기억, ‘아야!’라든가 ‘우와’, 혹은 ‘아하!’와 같은 순간적 탄성처럼 ‘글이 아닌’ 차원으로 넘어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죠.”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찰스 페르나이어는,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업은 음성학적인 측면 뿐 아니라 시각적인 처리 과정을 요한다고 말합니다. “나 자신을 특정한 상황에 위치시켜 상상하는 것이죠.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곧 마음을 목소리로 채우는 일입니다.” 페르나이어는 쓰여지는 글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들려온다고 합니다. 한편 랩은 내러티브로서의 목소리가 “직접 귀로 듣는” 목소리라기보다는 훨씬 추상적인 기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휘 및 언어구조 그 자체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엔 훨씬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글 역시 추상화된 단계에서 쓰여지며, 독자 역시 쓰여진 텍스트를 추상적이고 무형적인 차원에서 인지할 수 있다고 랩은 말합니다.

“지금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쓰여진 단어와 그 단어의 뜻을 중개하기 위해 반드시 말소리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쓰여진 단어의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역도 가능하지요. 물론 말소리가 글과 글이 지닌 의미를 중개할 순 있지만, 언제 그렇게 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랩은 말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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