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어떻게 들으세요?
2015년 6월 23일  |  By:   |  문화  |  No Comment

옮긴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애플(Apple)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를 두고 수많은 우리나라 매체들은 “애플이 백기를 들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한방 먹이다”와 같은 제목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일어난 사실를 전달하는 데는 흠결이 없는 기사들이지만, 이 사건의 함의를 짚어볼 수 있는 분석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인터넷 매체 복스(Vox)가 짧고도 간결한 분석 기사를 실어서 소개합니다.

지난 주말 테일러 스위프트는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를 상대로 한 힘겨루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번 논쟁이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슈퍼스타 싱어송라이터와 수많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을 제공하며 기준을 만들어온 거대 기업 사이에서 스포티파이(Spotify)를 비롯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스위프트는 오랫동안 음악을 무료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대해 왔습니다. 작곡가와 음반 제작자들에게 정당한 수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죠. 최근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대단한 차이는 없는 이 서비스는 이름도 새롭지 않은 애플 뮤직(Apple Music)입니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와 큰 차별점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가 될 것입니다. 우선, 석 달간의 무료 체험기간 이후에는 모든 아이폰에 이 서비스가 깔리게 됩니다. 그리고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등 기존 음원 서비스와 달리 애플 뮤직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월정액을 내야만 합니다. 이 점은 무료 스트리밍을 근절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스위프트와 뜻이 통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스위프트는 최근 발매한 5집 정규앨범 <1989>를 애플 뮤직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텀블러에 올린 글을 통해 스위프트는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애플 뮤직 서비스에 가입하면 처음 석 달 동안은 무료 체험 기간으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런데, 소비자들로부터 요금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석 달 동안 작곡가, 음반 제작자, 가수 등 저작권자들에게도 애플이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들 계셨나요? 저는 애플처럼 열려 있는 회사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 받았습니다. 정말 실망했어요.”

스위프트는 자기만 이득을 보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신인 가수, 밴드가 공들여 세상에 내놓은 첫 앨범에 대해 받아야 할 정당한 보상에 관한 사안이고, 젊은 작곡가가 창작의 대가로 받은 돈으로 갚기로 되어있는 대출 이자가 얽혀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번 일은 슈퍼스타와 음악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들 사이에 일어날 법한 실랑이 정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재빨리 스위프트에 반응하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탑니다. 일요일 밤, 애플의 인터넷 서비스 부사장인 에디 큐(Eddie Cue)가 트위터에 스위프트의 주장이 맞다며 애플은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즉, 애플 뮤직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첫 석 달간의 체험기간 동안 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 석 달 동안에도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도 즉각 트위터에 “(애플이) 음반 제작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썼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스위프트와 애플 사이에 벌어진 작은 실랑이에서 애플이 의외로 재빨리 잘못을 인정한 사건 쯤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들이라는 점입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애플이 훨씬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깔끔하게 제공할 수 있죠. 가수가 많은 팬들이 음악을 듣는 데 주안점을 두고 음원을 무료로 배포하고 싶어하면? 애플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수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내고 음원을 구매한 팬들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길 원한다면? 애플은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왼손으로 아이폰을 들고 있을 때만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을 하더라도, 애플은 어렵지 않게 이를 해낼 겁니다.

애플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가수(와 그들의 노래, 음원)와 운영 비용을 적절히 맞출 수 있는 수입 두 가지 뿐입니다. 이 정도 투자로 아이폰 사용자들이 맥북과 아이패드, 워치 등 애플의 생태계에 머무는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다면 애플에게는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될 겁니다. 반대로 스포티파이 등 기존의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은 한 가지 사업만 하고 있는 셈이므로, 궁극적으로 이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윤을 창출해야만 합니다. 이윤을 내지 못한다면 그런 이윤에 목매달 필요가 없는 애플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스포티파이가 근본적인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Vox)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