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고정관념을 깨뜨린 여덟 편의 광고 (2)
2015년 6월 10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유리는 훌륭한 재료입니다. 창문, 꽃병, 안경, 구슬과 같은 멋진 물건들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유리 천장”이라는 말은 유리의 멋진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렸죠. 칸느 광고제에서 “유리사자상”을 신설한 것은 어쩌면 유리의 이미지를 다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상은 젠더 고정관념을 깨뜨린 광고에 주는 상이니까요.

이상적인 광고란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며, 시대를 포착하는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광고 속 젠더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운동도 하고, 다리털을 밀지 않기도 하며, 트림도 하고, 누군가의 상사이기도 한 여성이 광고 속에서는 여전히 요구르트 하나에 까르르 넘어가고 초콜릿 하나에 이성을 잃는 존재로 묘사되니까요. 광고 속 세계는 엄연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아예 사라진 곳이기도 합니다. 대신 언제나 멋지게 면도기를 휘두르고 맥주를 마시며 모든 걸 가진 남자는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죠. 모든 광고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유리사자상”의 등장 자체가 광고 속 젠더 고정관념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일 겁니다. “유리사자상”의 등장을 기념해 가디언이 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과거의 광고 8편을 꼽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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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모의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보험료를 아낀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춤을 추며 길을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평범한 정장 상의 아래의 핫팬츠와 킬힐입니다. 흔한 섹스 어필 광고의 공식을 따르며 모델의 성별만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남성의 영상은 큰 화제가 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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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운동하는 여성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영국에서 나온 캠페인 광고입니다. 스포츠 광고의 전형적인 공식을 완전히 무시한 이 영상에는 현실 속의 진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델 몸매와는 거리가 먼 현실적인 몸매로 달리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고, 권투 글러브를 휘두릅니다. 이들의 얼굴에는 결코 연기로 꾸며낼 수 없는 의지가 서려있고, 몸을 움직이데서 오는 기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보다보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멋져보인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죠. 배경에 깔린 미시 엘리엇의 노래도 신의 한 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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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14년 샌프란시스코 게이프라이드를 기념하여 버거킹이 깜짝 출시한 “프라이드 와퍼” 광고입니다. 주문대 앞에 선 손님에게 점원들은 “그냥 와퍼로 드릴까요, 프라이드 와퍼로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손님들이 프라이드 와퍼가 뭐냐고 묻지만 점원들은 “저희도 잘 몰라요.”라고 대답하죠. 호기심에 프라이드 와퍼를 주문한 손님들은 버거를 다 먹고 나서 포장지 안에 쓰여진 문구를 발견합니다. “속은 우리 모두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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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13년 필리핀에서 방영된 팬틴 샴푸 광고입니다. 광고의 연출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메시지는 멋지죠. 광고는 똑같은 행동을 해도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른 꼬리표(“상사답다” vs “권위적이다”, “설득력있다” vs “드세다”, “깔끔하다” vs “외모에만 신경쓴다”)가 붙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여성들에게 꼬리표에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나아가라고 주문합니다. 팬틴은 이 광고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남성의 70%가 “여성이 일터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성격을 죽여야 한다”고 답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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