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결혼에 대한 가디언지의 입장
2015년 5월 26일  |  By:   |  세계, 칼럼  |  7 Comments

지난 금요일, 아일랜드에서는 결혼 평등(equal marriage)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습니다. (역주: 아일랜드는 62%의 찬성표로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었습니다) 엔다 케니 수상은 투표가 시작되기에 앞서 찬성표가 “편견을 종식”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법이 바뀐다고 편견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아일랜드 역시 세계적인 도덕 관념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셈이 됩니다.

30년 전만 해도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20년 전에는 여자와 여자도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진지하게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10년 전까지도 시민 결합(civil partnership)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죠. 이제 서구에서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왜 반대하고 난리지?”라는 식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변화입니다.

물론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서구의 지배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지역에서는 결혼 평등과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서구에서도 아일랜드인들이 국민 투표로 동성 결혼 법제화를 무산시키거나, 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이 헌법으로 보장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죠.

현대 사회에서는 남녀 간 관계에 있어 근본적인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결혼을 재산 거래로 보았던 중세-근대 초기의 시각이 외로움을 덜고 대화를 하기 위한 동등한 주체 간의 계약이라는 시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둘째, 싸고 효과적인 피임법의 발전으로 섹스와 출산이 분리되었죠. 끝으로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넓어졌습니다. 이 세 가지 변화로 인해, 결혼 평등을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가 되었습니다. 결혼 평등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발을 딛고 설 근거가 없습니다.

동성 간의 사랑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인간 사회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져 왔습니다.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을 둘러싼 공동체에도 신뢰, 의리, 동반 성장과 같은 가치를 전파하는 이로운 것으로 여겨졌죠. 오늘날 달라진 것은, 동성 간의 섹스 역시 이와 같은 사회적 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등장한 것입니다. 20세기 도덕적 혁명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또한 인간의 섹스와 동물의 섹스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생각해 본 결과이기도 합니다. 동물 중에도 오직 한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 종이 많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것은 인간 뿐이니까요. 인간은 언어와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대, 그리고 상대의 몸과 나누는 모든 행위는 의미를 담고 전달할 수 있는 일종의 대화가 됩니다.

결혼 평등의 실현은 동성애자들도 이와 같은 우정과 대화, 자녀 양육의 좋은 점들을 누리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중요합니다. 동성 결혼 법제화는 모두에게 신뢰와 사랑을 허용하고 독려하는 길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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