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감자튀김을 만드는 방법
2015년 4월 27일  |  By:   |  과학  |  3 Comments

최고의 감자튀김이란 끓는 기름에 들어갔다 나온 감자가 뜨거운 김과 함께 겉은 바삭하고 눈처럼 하얀 속을 가졌을 때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감자튀김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름에 담궈서 튀기는 방식은 말 그대로 “상당히 난폭한 조리법(a pretty violent type of cooking)”입니다. 재료 표면의 수분이 기름과 만날 때 이 수분은 기화되어 증기로 분출되고 이 과정에서 다시 기름은 재료에 골고루 입혀지게 됩니다. 재료의 표면이 마르면서 바삭하게 변합니다. 내부의 수분 역시 기화하지만 표면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대신 내부를 팽창시켜 겉의 바삭함과 다르게 속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음식을 튀기기 위해 반죽을 입히는 이유는 위의 과정 때문입니다. 양파, 생선, 핫도그, 오레오, 초콜릿바 등 다양한 재료에 우리는 반죽을 입혀 튀깁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표면이 빠르게 굳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가 생기를 잃게 되고 기름이 재료 속으로 들어가 속이 눅눅해집니다. 녹말 반죽(starch batter)은 교차 결합(cross-linking)을 통해 표면을 빠르게 굳게 해주는 좋은 재료입니다. 또한 녹말은 튀김에 단맛을 더해주는 갈변(browning)과 카라멜화(caramelising)라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론 감자튀김에는 반죽을 입히지 않습니다. 감자는 그 자체로 충분한 녹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죽을 필요로하지 않습니다. 감자튀김을 만들기에 최고로 꼽히는 러셋 종은 충분한 녹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내부의 밀도가 높아 기름이 내부로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최고의 감자튀김을 만드는 방법이란 바로 이 감자 종에 따라 표면을 바삭하게 만들고 내부를 촉촉하게 만드는 과정을 조절하는 노하우일 것입니다.

많은 요리사와 식품과학자들은 두 번 튀긴 감자튀김을 최고로 꼽습니다. 먼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튀긴 후, 다시 높은 온도에서 튀기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두 번 튀기는 것이 업계의 표준은 아닙니다. 맥도널드에서는 주문이 들어올 때 바로 튀길 수 있도록, 한 번 데친 후 냉동한 감자를 각 매장에 공급합니다. 두 번 튀긴 감자튀김이 맛있는 이유로 누군가는 이를 통해 감자 속까지 잘 익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J 켄지 로페즈-알트의 실험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그는 먼저 감자를 끓는 물에 익힌 후 튀겨보았습니다. 그러자 감자튀김의 표면은 바삭해지는대신 얇고 쉽게 부서져버렸습니다. 전자렌지로 익힌 후 다시 튀겼을 때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끓일 때 들어간 물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로페즈-알트는 처음 튀길 때 감자의 표면구조가 바뀐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표면의 수분과 기름의 열에 의해 분리된 녹말은 젤을 형성합니다. 이 젤이 감자튀김의 모서리를 딱딱하게 만들고 두 번째 튀겨질 때 바삭한 표면은 더 두꺼워집니다.

그렇다면, 두 번 튀기는 것이 감자튀김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일까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의 하나인 팻덕(Fat Duck)의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의 세 번 조리하는 감자튀김은 유명합니다. 그는 먼저 감자튀김을 가볍게 삶은 후 진공을 이용해 수분을 제거합니다. 그 다음 낮은 온도에서 튀긴 후, 다시 고온에 튀겨 바삭한 표면을 만듭니다. 그의 감자튀김은 표면은 유리처럼 바삭한 반면 속은 매우 부드러워 가히 최고의 감자칩이라 할 만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TO였고 요리책 “모더니스트 퀴진(Modernist Cuisine)”을 쓴 네이선 미어볼드는 “초음파 감자칩” 조리법을 소개하면서 여기에서 몇 단계를 더 나아갑니다. 이 방법은 일반 가정에서 가능한 방법은 아니지만 분명히 “놀라울 정도로 바삭한 겉”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속”을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그는 이 방법을 제조 공정으로 자동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조리법은 먼저 감자튀김을 2% 식염수에 넣고 밀봉한 후 치과 및 보석상에서 사용하는 초음파기기에 넣어 감자 내부를 작은 공기방울들로 채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 외부의 수분을 조절하기 위해 진공으로 건조시킨 후 170도의 기름에 데쳐 녹말분자들을 결합시킵니다. 다시 감자를 식힌 후, 190도의 뜨거운 기름에 수 분간 튀깁니다. 이 방법의 핵심은 감자 표면의 작은 공기방울 내 수분이 증기로 바뀌면서 표면을 부풀리는 것입니다.

사실 지구는 감자를 튀기기에 가장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의 존 리움바스와 쏘도리스 카라판치오스는 몇 년 전 네덜란드의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지구 중력의 세 배가 되는 곳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튀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대략 목성의 표면에 해당하는 중력입니다. 중력은 감자튀김 내부의 증기가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지구 중력의 세 배가 되는 곳에서 증기는 더 작은 덩어리로 빠져나가는데, 이는 기름의 열을 감자로 더 쉽게 이동시키며 이를 통해 완벽하게 바삭한 표면을 만들게 됩니다. 팻덕의 블루멘탈은 자신의 조리법에 최신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어쩌면 이 원심분리기를 자신의 조리 도구에 추가하게 될 지 모르겠네요.

이 모든 방법들은, 곧 당신이 두 번을 튀기든 세 번을 튀기든, 그리고 지구에서 튀기든 우주에서 튀기든, 결국 맛있는 감자튀김의 핵심은 표면의 수분을 적절하게 제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바삭한 표면과 부드러운 속살의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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