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한 점 가격이 1조 원이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2015년 4월 21일  |  By:   |  문화  |  3 Comments

평생을 가난과 씨름하며 살았던 고갱은 자신이 죽은 지 100여 년이 지난 뒤 자신의 그림 ‘나페아 파 이포이포(언제 결혼하니)’가 3,200억 원이 넘는 값에 팔리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올해 2월에 있었던 일이죠. 이 천문학적인 가격의 미술품 매매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미술품 가격 폭등 현상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미술품 중개인 이비스 부비어와 러시아 부호 드미트리 리볼로플레프 사이에 벌어진 분쟁은 법정으로 이어졌는데, 이 갈등의 원인이 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예수)>의 매매가는 12억 7,500만 달러였습니다. 모딜리아니의 <소파에 앉은 누드>도 제네바의 한 미술품 중개상에게 1억 1,800만 달러에 팔렸지요.

이런 현상은 예술의 가격을 개관적으로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최근 그림값이 오르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억만장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2014년 UBS와 <웰스-X>가 집계한 억만장자 통계를 보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 사이에 전 세계에 걸쳐 억만장자(billionaire)는 7%가 늘어났습니다. 단 한해 사이에 억만장자가 155명이 늘어나 전체로는 2,325명이 됐습니다.

“과거의 부자들은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들이었지만, 최근 부자들은 거액의 현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이자 <21세기 미술 시장 폭발>의 저자인 조지나 아담의 설명입니다. 요즘 부자들은 소비하고 투자할 현금이 많아서 고급 자동차와 같은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는데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공급 부족입니다. 클래식 걸작 명화들은 1970년대에 이미 최고가를 찍으며 대부분 팔렸습니다. 물론 미술품 중개상들은 여전히 돈을 벌 방법이 있었지요. 1980년대에 와서 인상주의 작품과 현대미술 작품 유행을 일으키며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렇게 고가에 팔린 작품들은 다시는 미술시장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경매소 측에서 내세우는 최소가격 보장제입니다. 숨어있는 명화를 끌어내기 위해 최근 경매소는 경쟁적으로 최소가격 보장제를 약속하며 경매에 그림이 팔리지 않으면 경매소측이 그림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06~2007년에 최소가격 보장제가 유행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경매 열기가 식자 경매소는 손해를 보며 그림을 매입한 적이 있었죠. 그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경매소가 카타르와 같은 제3기관을 동원해 최소가격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죠.”라고 아담 기자는 설명합니다.

최소가격 보장제의 장점은, 명화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괜히 경매에 그림을 내놨다가 팔리지 않는 바람에 소장 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경매에 실패한 그림은 영원히 가치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가격 보장은 큰 이점이 됩니다.

네 번째 이유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낙심한 사람들에게 미술 시장은 새로운 활로가 됐습니다.” 제네바 대학 교수이자 <가격없는 것에 가격을 매기는 기술>의 저자인 앤느 로레 밴들의 설명입니다.

도대체 언제쯤 미술품 시장 가격 상승은 멈출까요. 벌써 몇몇 사람들은 “미술시장이 너무 커져서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반면 미술품 전문가 프란시스 아우트레드 씨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 1조 원에 팔리는 그림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예언은 지지와 냉소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는 별 상관 없습니다. 그저 가격표에 관한 얘기일 뿐입니다.

원문출처: Le Tem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