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신약 연구, 획기적인 진전”, 이런 류의 기사 믿지 마세요 (1)
2015년 3월 25일  |  By:   |  과학, 칼럼  |  No Comment

지난 2003년 미국 의학 학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ine)에 논문 한 편이 실립니다. 논문은 당시 시점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79~1983년 동안 저명한 의학 저널에 실린 새로운 치료법, 신약 개발에 관한 연구 101편을 조사했습니다. 논문이 발표될 당시에는 하나같이 현대 의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갖고 올 것처럼 보이는 대단한 연구들이었습니다. 연구 단계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연구들 가운데 10년이 지난 뒤 실제로 상용화가 된 치료술, 약품은 5개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건 단 하나였습니다. 1%도 안 됐던 겁니다.

지금보다 의료 기술이 덜 발달된 시절이라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닙니다. 지난 2009년 잠보니(Dr. Paolo Zamboni) 박사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마침내 치료해낼 길이 열렸다는 찬사를 받은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 체계가 신경을 둘러싼 보호막을 공격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시력이 손상되며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질환으로 당시까지 알려진 치료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보니 박사가 목 부분에 있는 막혀버린 동맥을 뚫어내는(unblocking) 치료법을 개발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내를 치료해냈습니다. 의학적으로 대단한 성과가 있는 발견에 아내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야깃거리가 더해져 사랑의 힘으로 불치병을 정복했다는 류의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엄밀하게 설계된 실험 환경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한마디로 엉터리였습니다. 잠보니 박사의 치료법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다발성 경화증이 재발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패턴은 수도 없이 반복됩니다. 기적의 치료법,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만 같은 신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으로 야단법석이 납니다. 하지만 후속 연구에 들어가자마자 기적의 실체는 엉터리였다는 게 밝혀집니다. 사실 연구 자체를 도매금으로 엉터리로 치부하는 건 과학자들에게는 좀 가혹한 처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게 하버드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는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교수의 지적입니다.

“언론은 ‘사상 최초’, ‘전에 없던 신기술’을 좋아하잖아요. 별 것 아닌데,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무언가 최초로 시도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그걸 바로 기사로 써버리죠. 맥락을 무시한 채 결과를 보도하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엄청난 과장 보도가 되는 겁니다. 언론이 판단하는 뉴스 가치와 과학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사이에는 실로 엄청난 괴리가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저는 그래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사상 최초 (의학) 실험 결과’류의 기사는 전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주장이 사실로 인정받고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과학적 사실의 발견은 돈오(頓悟)와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적어도 그 사실이 검증을 거치는 과정은 더욱 그렇습니다. 실험 조건을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이 변수를 대입해보고 저 변수를 통제해보고도 예측한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언론은 절대 이 지난한 과정을 기다리지 못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임상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라는 한 문장 속에 압축해버리고, 획기적인 발견이 가져올 기적을 앞다투어 쓰기에 바쁘죠. 특히 이런 언론의 조급함은 실적의 압박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에 목말라 있는 일부 연구진들의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잠보니 박사가 그랬던 것처럼요.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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