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푸틴의 정적 넴초프의 4년 전 인터뷰에서 드러난 선견지명
2015년 3월 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지난주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진 러시아의 야권 인사 고(故)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씨가 4년 전 러시아 전문 인터넷 매체라 할 수 있는 오픈 데모크라시(Open Democracy)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2011년 당시 2주 동안 당국에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넴초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 푸틴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등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예측을 했습니다. Vox가 몇 가지 내용을 다시 짚어봤습니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영향을 더욱 받게 될 것인가?

넴초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친 러시아 정치세력이 득세하더라도 이를 우크라이나 전체의 독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부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가 17세기 무렵부터 우크라이나를 끊임없이 지배하고 괴롭혀왔다고 믿고 있으며, 소련의 붕괴 이후 드디어 독립 국가를 세운 지금이야말로 나라의 주권을 오롯이 되찾은 시기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네츠크를 비롯한 동부 지역 일부의 친 러시아 자본, 러시아 민족주의 세력의 주장에 경도되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다시 짓밟는 시도를 할 경우, 러시아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친 러시아 성향의 야뉴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크리미아 반도를 군사력을 앞세워 강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성향의 분리독립주의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교착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푸틴도 흔들릴 것

넴초프는 국제 유가가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실상 푸틴과 러시아는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며, 유가가 떨어질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배럴당 50~60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러시아 경제는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큰 타격을 입고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직접 옮깁니다.

“이집트의 부패한 독재자 무바라크와 푸틴이 뭐가 다르죠? 무바라크는 여든 줄에 접어든 노인네고, 푸틴은 아직 비교적 젊은 60대라는 거? 그거 빼면 별로 다를 게 없어요. 푸틴은 유례 없이 높은 국제 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죠. 운이 좋은 것일 뿐입니다. 만약 배럴당 100 달러에 육박하는 국제 유가가 1990년대 말처럼 배럴당 12달러 전후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며칠 안에 카이로의 타히르 광장처럼 변하고 말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카이로에서 일어난 혼란을 보며 우리는 급진적인 혁명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대신 평화롭고 공정한 정권 교체가 필요한 것이죠. 푸틴이 알아서 권력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요.

2011년보다 좀 더 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보죠. 넴초프는 2000년 뉴욕타임즈에 “러시아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Russia’s best bet)”라는 제목의 칼럼을 씁니다. 당시 권좌에서 물러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이 된 푸틴이 기존 정치세력의 실정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푸틴에 대한 기대를 소개한 칼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칼럼에서도 넴초프는 푸틴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합니다. 15년 전 칼럼에서 말이죠.

“푸틴이 과연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푸틴은 실제로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다. 국내 정치, 국제 정치 모두에서 그렇다. 푸틴의 러시아가 프랑스처럼 되기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도 푸틴의 러시아는 강력한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발전에 해가 된다면 악덕 자본가들을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고 탄압하기도 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푸틴의 러시아는 그래도 현재까지 혼란으로 일관해 온 러시아 과도기 정부들에 비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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