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실버맨, “보도국(편집국)에 띄우는 편지: 오보와 뜬소문, 이렇게 바로잡으세요”
2015년 2월 17일  |  By:   |  추천  |  No Comment

크레이그 실버맨(Craig Silverman)은 캐나다 출신 언론인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걸러지지 않은 채 기사화되며 양산, 확산되는 오보를 골라내고 바로잡는 과정과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번에 그의 연구(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삽시간에 퍼지는 소문: 인터넷 상의 소문과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언론을 통해 퍼지고 걸러지는가(Lies, Damn Lies, and Viral Content: How News Websites Spread (and Debunk) Online Rumors, Unverified Claims, and Misinformation))가 콜럼비아 대학교 디지털언론학 토우 센터(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 at Columbia University)이 발행하는 간행물에 실렸습니다. 논문은 잘못된 정보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는 언론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뜬소문이 어떻게 기사로 둔갑하는지를 조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도국(편집국)이 어떻게 해야 확인되지 않은 소문 대신 사실(혹은 진실)을 기사로 알릴 수 있는지 몇 가지 방책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실버맨이 직접 논문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 포인터(Poynter)에 실었습니다. 글은 보도국(편집국)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관한 제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 (언론) 스스로 문제에 휘말리면 안 된다 (Don’t be part of the problem)

가장 중요한 건 언론이 오보를 재생산하는 창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나면 오류를 바로잡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 발 빠른 대처 (Move quickly)

한 번 대중에 알려진 정보는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반론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사실로 여겨지며, 반박을 받지 않고 퍼져나갈수록 신뢰도도 높아집니다. 우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인 양 퍼져나갈 때 “이 정보는 확인되지 않은, 그래서 사실인지 거짓인지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명확히 분류해놓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대중들에게 이 정보를 덮어놓고 믿는 대신 최소한의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바라보게 한 뒤에 오류를 발견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 거짓을 분리해내야 합니다.

* 남을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자세는 도움이 안 된다 (Don’t be negative and dismissive)

언론의 역할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이지, 그 정보의 출처를 밝혀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모욕을 주거나 바보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거짓 정보와 관련된 모든 걸 악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이를 맹비난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쉬운 일이지만 효과적인 반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대안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제시하라 (Provide a counter narrative)

사람은 서사 구조가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잘 기억합니다. 이건 이래서 틀렸고, 저건 저래서 말이 안 된다며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하는 것도 좋지만, 대중에게 틀린 정보를 거둬내고 사실을 보강해 이야기를 재구성해봤더니 사실은 이렇게 되서 저렇게 마무리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알려진 소문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 간단 명료 (Keep it simple)

삽시간에 퍼져서 이내 사실로 굳어져버리는 소문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아주 간단한 문장, 또는 단어 하나로 앞뒤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복잡하지 않은 정보가 사람들의 뇌리에는 더 잘 기억되는 법입니다. 이 정보가 완전 거짓 투성이라고 해도 이를 반박하고 정정할 때 하나하나 논리를 따져가며 이를 낱낱이 분석하려다가는 헛심만 쓰고 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짓 소문이 간단해서 잘 먹혔던 것처럼, 이에 대한 정정, 반론 또한 간단하고 핵심을 찌르는 명료함이 생명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하나하나 그것이 왜 거짓인지를 설명하려다 보면 사람들은 이내 흥미를 잃고 거짓이든 사실이든 먼저 알려진 소문을 믿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 소문이 퍼지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감정과 감성을 잘 읽어야 한다 (Understand the role of emotion and passion in driving shares and traffic)

감정,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의 정보가 특히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더 빠르게, 널리 퍼집니다. 최루성 기사,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동영상을 생각해보시면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그에 대체되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려면 마찬가지로 비슷한 전략을 짜야 합니다. 물론 억지로 눈물을 짜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끼워넣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 정확한 출처를 분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Find the right sources)

거짓 정보를 반박할 때 신뢰할 만한 출처를 인용해 잘잘못을 따져야 합니다. 보통 거짓 정보를 퍼나르는 데 가장 열정적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실제로 매우 진지하게 믿고 있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해당 정보에 호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종류의 백신과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열성적으로 퍼뜨리는 이들 가운데는 자신의 아이가 백신 때문에 아프게 됐다고 믿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들의 잘못된 믿음을 뿌리째 바꿔주려면 공적인 신뢰도가 높은 출처를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똑같은 과학 학술지나 언론이라도 신뢰도가 높고, 불편부당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출처의 주장을 들이밀면서 반박해야 효과적입니다.

* 긍정문을 활용해라 (Express in the positive)

“ㅅㅅㅅ는 사실이 아니다”, “ㅅㅅㅅ는 이렇기 때문에 틀렸다”는 글보다는 “ㅇㅇㅇ가 사실이다”, “ㅇㅇㅇ를 뒷받침하는 합당한 증거가 있다”는 식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바로잡고픈 거짓 정보를 굳이 되풀이해 언급하고 노출하는 것보다 직접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각인시키는 게 효과적입니다.”

* 시각 효과를 활용해라 (Make it visual)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새로운 사실을 각인시키는 데 시각적 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추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전쟁의 사상자에 관한 부풀려진, 또는 축소된 믿음을 바로잡을 때 특히 그래픽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기사 출처: 포인터(Poynter)

기사 추천: 김낙호 (미디어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