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무신론, 반종교주의
2015년 2월 17일  |  By:   |  세계  |  2 Comment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무슬림 청년 셋이 살해당한 사건은 국제적인 뉴스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사건이 큰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희생자들이 공동체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모범 시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DC 지역의 유명 무슬림 지도자는 이들이야말로 미국이 대변하고자 하는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온 애국자라고 말하기도 했죠.

수사 당국이 아직 범행 동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슬람협력기구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혐오를 드러내며 혐오 범죄의 성격을 띤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속단할 수는 없어도 일부 무신론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극단주의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크렉 힉스(Craig Hicks)는 무신론자로서의 정체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인물입니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든 종교를 비판한다고 밝혔고, 그의 아내가 나서서 힉스는 무슬림에 대해 딱히 악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Reza Aslan)는 힉스 같은 인물을 단순히 ‘무신론자(atheist)’로 지칭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무신론자라면 그저 신을 믿지 않는데서 그치지만, 힉스는 한 발 더 나아간 ‘반유신론자(anti-theist)’라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믿음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종교를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이들은 리처드 도킨스, 빌 마허와 같은 유명인사들을 영웅으로 삼습니다. “불신자를 죽이라고 말하는 성서를 모시는 사람들이란 말이죠.” 도킨스가 HBO 채널에 출연해서 했던 말입니다.

아슬란은 이러한 ‘반유신론자’가 많지는 않지만, 주류 무슬림들이 이슬람교의 극단주의자들과 맞서듯 주류 무신론자들도 이런 부류의 존재를 인식하고 맞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작가이자 무슬림인 아스라 노마니(Asra Nomani)는 이번 사건으로 극단적 반종교주의자들이 일부 종교 극단주의자들처럼 사람을 죽이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이슬람교의 지도자들이 공포를 부추기면 반종교주의, 또는 이슬람혐오에 대한 우려가 너무 지나치게 번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쓴 무슬림 여성을 에스코트하는 등의 과잉 반응이 오히려 무슬림을 무기력한 희생자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죠.

일단 미국 무슬림 커뮤니티 내 대세 여론은 이번 사건이 혐오 범죄였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미국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이나 종교 때문에 범죄의 목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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