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지한 파시스트 정권들
2015년 2월 1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작년 말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선언했을 때, 강경우파 공화당원과 네오콘들은 쿠바인들의 자유, 잔인한 독재자 운운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파시스트 정권을 여럿 지지해온 미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 쿠바 제재야말로 위선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스트로 정권 하 쿠바가 인권 선진국은 아니지만, 미국이 지지했던 다른 정권들에 비해 딱히 악랄했던 것도 아니니까요. 미국이 지원했던 최악의 파시스트 정권들을 꼽아 봤습니다.

  1.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칠레 (1973-1990년): 좌파 정당 연합을 이끈 살바도르 아옌데는 1970년에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아옌데 정부는 CIA의 지원과 독려를 받은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로 무너지게 됩니다. 피노체트는 무솔리니와 프랑코의 영향을 받은 파시스트였죠. 아옌데는 자살했고, 그 지지자들은 피노체트의 공포정치 하에서 고문을 당하고 죽어갔습니다. 칠레의 민주주의는 1990년에 와서야 복원되었습니다.
  2. 과테말라의 군부 독재: 미국이 과테말라의 독재 정부를 오랫동안 지원한 것은 유나이티드 과일 회사(United Fruit Company, UFC)라는 기업 때문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과테말라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각지에서 과일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었죠. 1951년 야코보 아르벤스는 대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집권한 후 대대적인 농지 개혁을 추진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농지를 빼앗긴 UFC는 미 중앙정보부에 아르벤스를 제거해달라고 로비를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사 쿠데타가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에도 극우 파시스트 정권이 연이어 들어서 80년대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3. 소모사 왕조의 니카라과 (1930년대-1979년):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와 스페인의 파시스트 프랑코는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니카라과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의 비호 하에 마음껏 철권을 휘두른 소모사 가의 지배 하에서 고문은 일상이었죠. 소모사 가의 지배는 40여 년 간 이어졌습니다. 1979년에 이르러서야 소모사 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새 정부가 독재적이라고 비난해 아이러니를 더했습니다.
  4. 엘살바도르의 군부 독재 (1979-1992년): 엘살바도르에서 비극적인 내전이 이어진 13년 간 미국은 좌파 게릴라 세력에 맞서 학살부대와 고문을 거리낌없이 사용한 군부를 계속해서 지원했습니다. 쿠바 제재를 외치던 정치인들도 엘살바도르의 군부에는 너그러웠습니다. 군부의 잔혹성은 외국인에게도 예외없이 드러났습니다. 1980년에는 엘살바도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미국인 수녀 세 사람과 선교사 하나가 살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지는 레이건 정부를 거쳐 H.W. 부시 정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5.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 (1976-1983년):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를 지배한 군부는 인권 유린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8년 간 살해된 사람만 3만에 달한다고 하죠. 그런데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서에 따르면,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미국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닉슨 대통령과 포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입니다. 키신저는 군부의 잔혹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괘념치 않았습니다. 아무리 잔인한 정권이라도 반공주의만 확실면 미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냉전 시대 라틴아메리카에서 종종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6. 우고 반제르 독재 치하의 볼리비아 (1971-1977년): 70년대 초반, 볼리비아의 좌파 대통령 후안 호세 토레스의 정책에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은 파시스트 군부가 쿠데타에 성공하도록 돕습니다. 쿠데타 이후 토레스는 아르헨티나로 망명하지만, 그곳에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이 사건 역시 라틴아메리카에서 막시즘이 자리잡는 것을 막기 위한 범대륙적 “콘도르 작전”의 일환이었고, 미국 중앙정보부는 이를 열심히 도왔죠.
  7. 파라과이의 알프레도 스토로에스네르 정권 (1954-1989년): 파라과이에서 무려 35년 간 집권한 스토로에스네르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고, 이는 미국의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습니다. 스토르에스네르는 비밀 경찰 조직을 두고 각종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스토르에스네르는 비밀 경찰이 파라과이 공산당 당수를 납치해 전기톱으로 팔다리를 자르는 동안 전화를 통해 그 현장의 소리를 듣기도 한 사람입니다.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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