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비어의 미래: 거품이 꺼질까 아니면 성장세를 이어갈까?
2015년 2월 6일  |  By:   |  경영, 경제, 문화  |  No Comment

소형 양조장(microbrewery)이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 리치 도일리(Rich Doyle) 씨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에 그는 보스턴에 기반을 둔 하푼 양조장(Harpoon Brewery)을 만들었고, 하푼은 미국에서 12번째로 규모가 큰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수제 맥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7월, 하푼 지분의 40% 이상을 소유하고 있던 도일리 씨는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파트너들에게 하푼을 매입할 투자자들을 확보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 브랜드를 사들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그의 제안이 거절당하자 그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cash out)을 받았습니다.

도일리 씨의 결정은 소형 양조 사업자들 사이에서 현재의 호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엇갈린 시각을 보여줍니다. 도일리 씨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최근의 크래프트 비어 호황에 낀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반면에 도일리 씨와 함께 하푼을 공동 창업한 댄 커내리(Dan Kenary) 씨와 다른 주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크래프트 비어는 직원과 경영자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독립적인 지역 사업으로 남아서 합리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의견입니다. 커내리 씨는 하푼 양조장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한다는 것은 회사의 정체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크래프트 비어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예견은 소형 양조 산업 전반에 존재합니다. 어떤 기준에서 살펴봐도 크래프트 비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역 소형 양조장의 수는 2008년에 1,521개였던 것이 2014년에는 3,200개로 증가했습니다. 최근에 위스콘신이나 인디애나 주와 같은 곳에서는 소형 양조장에 크라우드 펀딩을 제공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크래프트 비어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성장세가 단기간에 누그러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매출에 있어서도 2013년에 크래프트 비어 매출은 2012년에 비해 17.2% 성장했는데, 이는 전체 맥주 판매가 1.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1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맥주 시장에서 크래프트 비어는 어느덧 1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형 양조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이들은 기반 시설의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즉,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물량을 댈 수 있는 생산, 유통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 것인데,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서 어떻게 회사를 키울지가 관건이 됐습니다.

소형 양조장에 투자하는 방식 역시 최근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과거에 많은 소형 양조장은 사모펀드나 전략적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거부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들의 투자와 경영 참여를 받아들이는 소형 양조장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의 투자를 거절한 양조장 창업자들은 여전히 크래프트 비어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외부 투자자들을 영입하지 않고 성장을 위한 투자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일종의 우리 사주 제도와 같은 직원 주주 제도(employee ownership stake)인데 많은 소형 양조장이 이러한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창업자들은 앤하우저부시나 쿠어스와 같은 대기업에 지분을 넘기지 않고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직원 주주 제도하의 경영이 강한 비전을 가진 창업자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만큼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직원 주주 제도를 택하지 않은 소형 양조장들은 외부로부터 투자금과 전문 지식을 가져오는 전략을 택합니다. 브랜드 우인타(Uinta)를 연간 14만 4천 배럴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데 22년을 보낸 윌 해밀(Will Hamill) 씨는 최근 1,8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올해만 30~35%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과연 현재의 양조장 시설이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우려합니다. 그래서 그는 투자 기업인 리버사이드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점점 더 흔해지면서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크래프트 비어 산업의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소형 양조장의 성공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흥미로운 사업 모델에서 온 것인데, 만약 대규모 투자가나 맥주 회사들이 소형 양조장에 투자를 늘리면 사람들이 소형 양조장에 느꼈던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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