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단어에 해시태그가 등장했습니다
2015년 1월 28일  |  By:   |  문화, 세계, 칼럼  |  No Comment

매년 유명 영어사전 출판사와 미국방언학회는 올해의 단어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한 해의 시대정신을 대변할 만한 단어가 언제나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2014년의 선택도 제각각이었죠.

우선 옥스포드가 꼽은 단어는 “전자담배를 피우다”라는 뜻의 동사 “vape”였습니다. 실제 신조어이자, 그 해 급부상한 단어가 선정된 드문 경우입니다.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은 전자담배는 실제로 담뱃잎을 태우지 않으니 “담배 피우다”를 의미하는 기존의 동사(smoke)와 함께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4년에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에, 올해의 단어에 등극할 수 있었죠.

딕셔너리닷컴은 “노출(exposure)”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어보이는 이 선택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근거는 이렇습니다. 작년 한 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많았고, 언론에 의해 “노출”된 스캔들이 많았고, 개인정보의 “노출”이 큰 이슈였다는 것이죠.

미리엄웹스터 역시 진부한 옛 단어를 2014년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미리엄웹스터 측은 “문화(culture)”를 올해의 단어로 뽑은 이유가 인터넷 검색 횟수의 급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오페라와 문학 같은 고급 취향으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기업 문화”에서와 같이 인류학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뜻하는 문화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방언학회는 한 해의 언어 트렌드, 신조어의 부상과 쇠락, 속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신중하게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기관으로 평가받습니다. 미국방언학회가 올해의 “단어”로 꼽은 것은 “#흑인의목숨도중요하다(#Blacklivesmatter)”였습니다. 물론 2014년 흑인 청년들의 사망 사건이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음을 생각할 때 이상할 것 없는 선정입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이 “단어”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트위터에서 사용되는 해시태그가 붙어있는 것은 물론, 사실 문법적으로는 문장인 것을 단어로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해시태그는 트위터 상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자체가 하나의 문장으로 쓰이기도 했고, 다른 단어를 붙여서 문장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와 관련된 운동이나 단체를 지칭하는 명사로 쓰이기도 했죠.

미국방언협회는 선정 후 “해시태그화(hashtagification)”가 어떤 문장을 단어로 만드는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단어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순간 그 단어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해시태그는 트위터 상에서 해당 트윗을 같은 주제의 다른 트윗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 트윗은 해시태그 주제로 이루어지는 큰 논의의 일부로 읽혀야 한다”는 메타 메시지를 지니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시태그가 붙은 모든 단어가 신조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시태그화된 단어가 실제 세상의 중요한 변화와 관련이 있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흑인의목숨도중요하다”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와 달리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말이 해시태그화되었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법집행 기관의 인종차별적인 행태에 분노했음은 물론 이런 마음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를 원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단어가 아닌 이 단어는 충분히 올해의 단어 지위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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