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자들이 ‘직구’에 눈을 돌리는 이유
2015년 1월 19일  |  By:   |  경영, 한국  |  No Comment

1998년 경제 위기 당시 한국의 연예인은 애국심을 증명하려 BMW 자동차를 현대자동차로 바꾸었습니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에 대항하겠다며 광복절을 테마로 삼은 815 콜라가 출시되었지요. 현대증권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를 일으키며 펀드 설정 3개월 만에 12조 원 넘는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애국심이 투철하던 한국 소비자들도 다시 수입품에 눈을 떴습니다. 해외 소비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죠.

자동차를 예로 들어봅시다. 모터그래프가 한국 소비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현대, 기아차를 싫어하는 이유는 자국민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매기며 이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의 초호화 차종 제네시스가 국내소비자에게 같은 기종에 1,300만 원 더 비싼 값을 부과했다는 소송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2013년 소비자시민모임은 세계 15개 선진국에서 60개 상품 가격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절반 이상 상품에서 상위 5위 이내에 들었습니다. 하이네켄 맥주는 3위, 샤넬 향수는 5위로 비싼 가격이었지요. 무엇보다도 선정된 상품 중 한국 상품 3개가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가격이 높았다는 건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한국 소비자가 자국 상품에 더 높은 값을 내는 전통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도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한국 시장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까지도 태국산 부엌용품이나 일본 문구류를 사용하면 매국노로 치부되었죠.

이런 애국주의적 소비활동에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건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였습니다. 삼성은 옴니아2를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홍보하고 주요 매체는 애플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며 깎아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만에 아이폰은 한국 시장의 25%를 장악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3년간 50개 국가와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소비자는 이제 그 어떤 때보다도 다양한 선택권을 누리게 되었지요. 2014년에는 처음으로 유럽 자동차 수입액이 한국 자동차 수출액보다 커졌습니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큰 나라지만, 도요타 캠리 살롱은 2013년의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해외 웹사이트에서 직접 사는 “직접구매(직구)” 가 가능해진 것도 한 몫 합니다. 아마존이나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옷, 장난감, 전자기기, 심지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까지 사는 것이죠. 직구는 2011년에서 2013년 사이에 두 배 불어나 11억 원 규모에 다다랐습니다. 정부도 해외구매 관세를 200달러까지 면제해 주는 것으로 직구를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유통업자 한둘을 통해 수입되는 상품의 경우 가격이 몇 배씩 뛰는 경향이 있는데, 온라인 구매가 가능해지면 유통업자가 많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물가가 안정됩니다. 그리고 내수 상품의 경우 더 큰 경쟁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제 더 많은 선택권을 쥐고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가격 놀음에 놀아나는 걸 싫어하고 까다롭게 물건의 질을 따지죠. 과자 봉지에 공기가 많이 들어있다고 반발해 과자 봉지로 배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고 ‘질소 과자’에 반대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형 상품이 더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고 배달, 설치, 긴 보증기간이 기본이기 때문에 더 큰 비용이 든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이제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국내에서 누려온 특권을 버리고 경쟁에 임해야 할 겁니다. 한국의 화장품이 좋은 성공 사례죠. 오랫동안 저가에 고품질 상품을 만들어온 한국 화장품 시장은 해외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국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