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초안] 대량멸종 이후 작은 척추동물들만 살아남았다
2015년 1월 16일  |  By:   |  과학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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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line: 대량멸종 이후 작은 척추동물만 살아남았다

Summary:  3억 5천9백만 년 전 대량멸종 이후 척추동물의 몸집은 크게 작아졌고, 3천6백만 년 가량 이런 상태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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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에서 기린까지,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장엄한 종들 중 많은 수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화석 기록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서 대형 척추동물이 일단 사라지고 나면 진화를 통해 이들이 복원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였다. 수천만 년 동안 대부분의 동물은 작아진 몸집을 유지했다.

지난 목요일 사이언스 지에 출판된 이번 논문은 펜실베니아대 고생물학자 로렌 살란이 수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3억5천9백만 년에서 3억2천3백만 년 전의 기간인 미시시피기에 살았던 어류를 연구하던 살란 박사는 이들이 조상에 비해 현저히 작다는 것을 알아냈다.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살란 박사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물고기들은 왜 작은 걸까?” (동료 고생물학자들은 살란에게 정어리 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동물 그룹들의 몸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다른 고생물학자들도 예전부터 알고 있는 현상이었다. 이런 현상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에 등장하는 아주 작은 인간들이 사는 가상의 섬 이름을 따서 릴리퍼트 효과라고 불린다.

연구자들은 릴리퍼트 효과가 갑작스러운 대규모 멸종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살란 박사의 어류도 이 패턴에 맞아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어류들은 데본기 말, 3억5천9백만 년 전에 있었던 대량멸종 이후 몸크기가 작아졌다.

과학자들은 이 대량멸종이 빙하가 열대지방까지 내려오게 만든 전지구적인 기후 냉각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엄청난 추위로 인해 어류 및 발가락이 있는 발로 막 땅 위를 기어다니기 시작한 초기 육상 척추동물(네발동물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혹독한 환경이 닥쳤다. 추정에 따르면 미시시피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척추동물의 96 퍼센트가 멸종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릴리퍼트 효과가 얼마나 중요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동안 고생물학자들이 연구해 온 사례는 적은 수의 종 그룹들에 한정됐고, 대개는 대량멸종 직전과 직후의 그리 길지 않은 시기에 걸친 화석들만 집중해서 연구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엄청난 축소현상이 착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작은 몸집의 화석이 큰 몸집을 가진 화석들보다 더 쉽게 보존될 수 있을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살란 박사는 릴리퍼트 효과가 실재하는 것인지 더 철저하게 검증해보기로 했다.

살란 박사는 칼라마주 칼리지의 학부생이었던 앤드류 K. 갈림버티와 함께 데본기와 미시시피기에 살았던 모든 알려진 척추동물 종들을 살펴보았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화된 화석 스캔 자료를 이용해 살란 박사와 갈림버티는 화석 척추동물 1천 1백 2십 마리의 몸길이를 측정*했다.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추정’ 이어야겠지만, 독자들 이해에는 ‘측정’ 이 편할 것 같습니다. 칼 짐머가 추정이라고 쓴 이유는 몸길이 측정 과정에서 실제로 측정한 표본도 있지만 전체 몸 길이를 측정할 수 없는 일부 경우에는 측정 가능한 부분을 측정하고, 외삽을 통해 전체 몸길이를 ‘추정’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https://nopeoplestime.wordpress.com/2015/11/13/small-fish/ 여기를 보면 “이들은 출판된 논문, 박물관의 표본, 사진 및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화석에서 해당 종에 대해 알려져 있는 특징들을 기반으로 전체 몸크기를 외삽하는 방식 등으로 몸크기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라고 합니다.)

이들은 3억5천9백만 년 전의 대량멸종 이후 척추동물이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더 작아졌으며 그 상태가 3천6백만 년 동안 지속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미소니언 연구소 고생물학 큐레이터 피터 J. 와그너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연구의 강점 중 하나는 이 연구가 긴 기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 연구들은 “(멸종) 이전과 이후에 생물들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스냅샷에 가까웠습니다”라는게 와그너의 말이다. “이 연구는 그보다 훨씬 긴 기간을 다룹니다.” 와그너 박사는 새 연구와 함께 사이언스 지에 실린 논평을 썼는데, 서로 다른 여러 그룹에서 경향성을 조사해 릴리퍼트 효과를 샅샅히 해부하고 있는 연구이기 때문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그룹들은 미시시피기 동안 작아진 몸크기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다른 그룹들에서는 지속적으로 몸크기가 작아졌다. 예를 들어, 상어의 경우 1미터가 넘는 몸길이가 10센티미터 정도로 줄어들었다. 우리와 더 가까운 관계인 네발동물의 경우 개 정도의 몸크기에서 고양이나 그보다 더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모든 척추동물이 작아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척추동물은 더 커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리조돈티드라고 불리는 괴물처럼 커다란 물고기 그룹 중에는 거의 범고래만큼이나 커진 종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거대한 척추동물 그룹에서는 새로운 종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다양성이 감소하여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리조돈티드 주(Rhizodontid Week )” 대신 “상어 주(Shark Week)” 가 있는 이유다.

살란 박사는 이런 패턴이 릴리퍼트 효과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데본기 말에는 작은 척추동물이 진화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어 멸종당할 위험이 더 적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척추동물들은 아마도 빨리 성장하고 어릴 때 번식을 하여 생태적 교란에 덜 취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추위가 끝난 후에도 대형 척추동물의 다양성은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살란 박사는 이것이 지구의 생태계가 훼손된 채로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어 척추동물의 생존에 계속되는 어려움을 초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족한 자원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해야했을 겁니다.” 살란 박사의 말이다.

작은 척추동물은 대량멸종으로 인해 생긴 생태계의 빈 틈에 적응해가면서 지구를 장악했다. 그런 생태계의 빈 틈을 채우는 데는 상상도 못할 만큼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살란 박사는 주장한다. 척추동물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생태계의 빈틈을 모두 채우는 것을 끝내고 나서야 다른 생태적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새로운 성장패턴을 진화시키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몸이 커지게 되었다.

살란 박사는 3억5천9백만 년 전 있었던 대형 척추동물의 멸종과 오늘날 대형 척추동물이 천천히 사라져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닮은꼴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대형 척추동물의 다수가 멸종하게 된다면 진화를 통해 이들 대형 종들이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전지구적 생태계가 와르르 무너져 지금과 다른 상태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작은 척추동물이 생태계를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살란 박사의 말이다. “그리고는 수백만 년 동안 그 상태로 머무르는 데 만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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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최소 3억 년 전, 미시시피기의 소형 상어와 어류들 모습. 연구자들이 대량멸종 이후 일부 종 그룹에서는 몸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 제공: 밥 니콜스

 

미시시피기의 소형 해양 조기어류 프로케라말라(Proceramala)의 화석.

사진 제공: 로렌 살란

 

Byline:

칼 짐머는 매주 <뉴욕타임스>에 “Matter”라는 제목의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