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성공 비결은 경제 불평등
2014년 12월 22일  |  By:   |  경영, 경제  |  2 Comments

제 고향은 인도의 뭄바이입니다. 뭄바이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관광명소보다도,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가장 놀랍니다. 전화밖에 없었을 때에도 한 시간 내로 음식, 장보기, 술, 담배, 처방전이 필요한 약, 책, 뉴스, 달걀 한판, 아니 달걀 한 알까지도 주문할 수 있었지요. 콜라 한 병을 실제 가격에 산 적도 있습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제 빨래를 가져가 깔끔하게 다려오는 사람이 있었죠.

이러한 호화 서비스는 최근에야 나타난 게 아닙니다. 우버가 나타난 2009년, 첫 아이폰이 나타난 2007년, 아니 인터넷 케이블이 처음 등장한 1997년 이전에도 뭄바이에는 이런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전화가 처음 등장한 이후 확산되었고 그전에도 비슷한 서비스는 있었지요.

온디맨드(주문형) 경제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아닙니다. 기꺼이 일할 가난한 사람들이지요.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작은 온디맨드 택시 서비스 우버였지요. 작년 60개 도시에 진출한 우버는 올해 200개 도시로 확장할 정도로 성장세가 엄청납니다. 테크 블로그 Re/code 에서는 “즉시 만족 경제”(the new instant gratification economy) 라 이름 붙이고 비슷한 기업들을 분석하였지요. 우버의 성공 이후로 매일 같이 창업가들이 눈을 반짝이며 찾아와 ‘XX를 위한 우버’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우버” “술 배달 우버” “빨래와 드라이클리닝 우버” 식이죠.

이 현상을 흔히 신기술로 설명하지요. GPS 칩과 인터넷 접속이 휴대폰에 들어오면서 모든 산업에서 신기술을 활용해 더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가장 중요한 요소, 불평등을 빠뜨리고 있습니다.

온디맨드 서비스 경제가 돌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아이폰이 아닙니다. 첫째, 확장 가능한 소비자 니즈, 즉 음식, 빨래, 택시 같은 시장이지요. 충분히 확장 가능한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부자들을 위한 심부름 서비스일 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소비자가 낼 만한 가격에 중간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후 나오는 임금 수준에 만족하며 일할 노동력이지요.

우버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창업되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에서 2012년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크게 불평등 격차가 벌어진 도시입니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불평등 지수는 뭄바이의 불평등 지수보다도 높습니다.

뭄바이는 물론 훨씬 가난한 도시이지요. 인구 절반이 상하수도나 주택의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생활의 수준이 다릅니다. 그러나 가난 말고도 이곳의 온디맨드 경제와 샌프란시스코의 온디맨드 경제에는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뭄바이에서 제게 럼 한 병을 배달하는 사람은 술 가게를 드나들면서 이곳의 생리를 익혀 언젠가 본인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충분히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면 언젠가 가게를 열고 다른 배달부들을 고용할 겁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배달부들은 이들을 어딘가로 보내는 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우버 운전수가 경영진에게 제안할 안건이 있으면 우버 본사로 가는 게 아니라 “운전수 센터”로 갑니다.

편함을 추구하는 서비스가 나타나는 것이나 노동력이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현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젊은 프로그래머가 “즉시 만족” 경제를 창조하고 있다는 데는 어폐가 있지요.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중간사업자라는 아주 오래된 모델일 뿐이지요. 신기술은 이를 쉽게 만들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절박한 실업자들이 아무 일이나 하게 만들었습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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