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대학을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 가야 할까요?
2014년 12월 15일  |  By:   |  세계, 칼럼  |  1 comment

미국 대학 신입생 대부분이 십대 후반의 어린 학생이라는 점은 잔인한 모순입니다. 엄격한 학생 선발로 유명한 4년제 대학들은 학계의 특권 엘리트 기관으로 군림하며 이들의 학부 교육 과정은 효과적으로 나이에 기반한 차별을 합니다. 대학 입학사정관은 나이 어린 지원자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24시간 생활하는 데는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위험이 있습니다. 학교나 전공을 고르는 일은 일생을 두고 내려야 할 중대한 사항이지만, 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는 적습니다. 줄어드는 공적 보조금을 등록금으로 메꾸고 있는 주요 공립대학들은 부유한 학부모가 원하는 고대 그리스식 학제를 수용하는 동시에 위험한 게임의 문화를 배양하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에서 사교 활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사교 모임은 남성 중심적이고 종종 왕따나 성희롱같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사교 모임이 그나마 잘 관리되고 있는 학교라 할 지라도, 기숙사형 대학은 학생에게 정신적 압박을 줍니다. 특히 저소득층에 인종적 소수인 이민 1세대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할 경우 외로움, 왕따, 학문적 고립 등을 느낄 위험이 크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등록금, 학자금 대출, 그리고 동급생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자존심의 상처 등이 모두를 힘들게 하는 비용입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천은 현행 4년제 기숙사형 대학 교육 속에 있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일류 대학은 신입생이 십대 고교 졸업자라는 가정을 하고 교육 과정을 짭니다. 기숙사 구조, 학사 일정, 대외 홍보 활동 역시 고객이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됩니다. 물론 나이가 꽤 든 어른 학생도 있지만, 그들은 대학 문화의 주변부로 밀려납니다. 이것은 잔인한 모순입니다.

만약 우리가 원점에서 출발했었다면, 이런 십대 청소년 중심의 대학 체제를 짜지 않았을 겁니다. 꼭 대학이 이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린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대학에 투입하는 우리의 소중한 투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몇 몇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 후 1년~2년 입학을 유예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온라인 개방 교육(MOOCs)’ 같은 온라인 학습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엘리트 교육을 부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선 대학 캠퍼스라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여러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미네르바 프로젝트’라는 신생기업은 쌍방향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고전 세미나 강좌 스타일의 대학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어디에 살든 이 ‘미네르바 프로젝트’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소마 지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데브 부트캠프(Dev Bootcamp)는 19주 집중 교육 과정으로 IT 산업 일자리를 구하려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을 훈련시키며, 대안 교육 기관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가 교수로 있는 스탠포드대에서는 어린 학생이 4년 내내 재학해야 하는 기존 대학 교육 방식 대신, 일생의 여러 시간에 나눠 재학할 수 있는 대안 대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스탠포드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의 학생 중심 연구팀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입니다. 연구팀이 ‘열린 고리 대학'(Open Loop University)이라고 부르는 이 대안 대학은 재학 등록을 몇 차례에 걸쳐 기간 제한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전문 상담가가 학생의 직업 목표와 개인 발달 정도에 맞춰 전략적으로 언제 등록하는 것이 좋을 지를 조언해줍니다. 목적 의식이 뚜렷한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서로 섞여 소통하며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이상주의적 대학 교육은, 어린 영재를 일찍 선발해 22살이면 졸업시키는 익숙한 기존 대학 체제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현행 대학 체제가 미래에도 계속 남아있을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평생 교육 수요가 끊이지 않고, 온라인 학습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대학 생활의 비용이 치솟고 있습니다.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혁신주의자가 대학 체제를 좀 더 유연하게 바꾸려고 상상하는 동안, 전통주의자는 이미 증명된 두 가지 대안 모델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평생교육 기관인 커뮤니티 칼리지입니다. 둘째는 군인원호법의 지원 아래 수백만 어른(군인)이 대학을 다닌 사례입니다. 이런 다양한 노력 덕분에 대학 문화는 더 진지해졌고 미국 고등 교육은 세계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미첼 L. 스티븐스는 스탠포드대 교육학 교수이며 <대학을 다시 생각하기: 고등 교육 생태계의 변화>의 공저자입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