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독점의 경제학
2014년 12월 1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우리는 요가 시장을 정복할 겁니다.” 인터넷 스타트업은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쉽게 공언하곤 합니다. 실제로, 성공한 거대 인터넷 기업은 해당 시장을 거의 독점했지요. 아마존의 경우 미국 책 시장의 절반을, 알리바바는 중국 인터넷커머스의 80%를, 페이스북은 전 세계 13억 명의 회원을, 구글 유럽은 검색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지요. 규제기관은 이러한 독점 사업자가 소비자와 경쟁에 어떠한 악영향을 가져올지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유럽 의회에서 구글 검색 서비스 분리안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있긴 했지만, 디지털계의 거대 기업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요. (참고로, 구글의 의장인 에릭 슈미트는 본지 <이코노미스트>를 보유한 기업의 이사임을 밝힙니다.) 구글뿐이 아닙니다. 아마존이 도서 판매를 독점함으로써 출판업에 독점적 지위를 행사한다는 기소도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관련 기소는 대부분 프라이버시 관련이었지만 페이스북의 독점적 지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지요.

인터넷사업이 독점 경제에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점 경제가 강력한 규제를 필요로 하는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에 기반에 둔 사업의 특성이라면 어떨까요? 페이팔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피터 티엘은 독점은 “세상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할 때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맞다면, 인터넷 기업에서의 독점을 방지하는 건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겠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전통적으로 사기업의 독과점 현상은 규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고려되어왔습니다. 그러나 피터 티엘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독점할 수 있다는 약속이 인터넷 기업이 혁신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고 주장하지요. 향후 시장을 독점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대담한 중장기 사업 전략과 R&D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쟁에 발이 묶인 기업은 꿈도 꿀 수 없는 프로젝트이지요. 그는 경쟁이 기업 간에 건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론은 과거의 유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에게 경쟁은 이미 실패입니다. 새로운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내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하는 것이 성공이지요.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시장을 찾아 독점하지요. 기존 대기업은 신경 쓰지 않던 아이비리그 학생들 네트워크로 시작한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검색 시장도 지금은 모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하지만, 구글이 시작할 때만 해도 모두 장비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죠. 아마존이 책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 책 판매는 니치시장이었습니다.

일단 기반을 다지면 벤쳐캐피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가능한 한 빨리 큰 시장에 진출하고 장악해야 합니다. “차세대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의 말입니다. 택시를 대체하고 있는 우버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럭셔리 서비스로 시작해 17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고 15억 달러 펀드를 모집했지요. 매주 새로운 도시에 진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금은 50개 국가 23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가치는 이제 400억 달러를 인정받고 있지요. 자금 확보뿐 아니라 디지털 세계의 인프라스트럭쳐도 중요합니다. 우버의 경우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스마트폰 앱으로 편하게 호출할 수 있고, 신용카드 모바일결제가 가능하며,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되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우버는 실시간 가격 결정과 탑승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규제가 아니라면 우버는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가 형성될수록 더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북으로, 회원이 늘어날수록 다른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쓸 이유가 생깁니다. 인터넷 기업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이베이의 경우는 간접적인데, 이베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구매자가 늘어날수록 판매자 입장에서도 이베이를 쓰는 게 유리해집니다. 판매자가 늘어나면 얼핏 경쟁이 심해질 것 같으나 더 많은 판매자가 더 많은 구매자를 불러오고, 결국 동료 판매자가 늘어나는 것이 판매자에게도 유리하죠. 우버의 경우 운전자가 많아지면 탑승자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탑승자가 편한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운전자가 모여듭니다.

이러한 사업 환경 때문에 우버는 경쟁자인 리프트를 굉장히 공격적으로 견제하기도 했지요. 우버의 “브랜드 홍보 담당” 이 리프트 운전자에게 접근해 우버로 유인하기도 하고, 일부러 차를 불렀다 취소하기도 했으며, 리프트가 펀딩에 들어갔을 때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우버가 곧 펀딩 할 예정이라며 훼방을 놓기도 했지요. 독점을 옹호하는 피터 티엘조차도 우버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옳은 한 디지털 사업에서의 독점 추구는 기본적으로 무해하다는 것이 티엘과 몇몇 경제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첫째, 디지털 계의 독점은 시장을 직접 장악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구글의 경우, 검색시장을 장악했으나 검색 시장이 바로 수익과 직결되지는 않지요. 인터넷 광고 시장을 들여다보면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절반도 안됩니다.

둘째, 언제라도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페이스북은 유일한 소셜 미디어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구글까지도 시장에 뛰어들었었지요. 다른 말로 하면 서비스 플랫폼을 바꾸는 데 소비자에게 드는 비용이 없고, 일을 못 하면 언제든지 뺏길 시장이라는 거이죠.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닙니다. 독점 사업자가 되면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가 용이해지죠. 이를테면 구글은 사람들이 무얼 사려 하는지 알고 있고, 인터넷 상거래에 쉽게 진출 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의 인간관계와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페이스북은 어느 사업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지요. 데이터 분석 기술이 그 어디 봐도 발전해있는 아마존과 구글은 현재의 독점적 지위를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하기 쉽습니다. FTC와 유럽의회에서 구글이 지난 10년간 독점에 제재를 가하려는 것도 구글의 관련 산업을 장악하며 수익률을 높여가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구글이 무너질 수도 있지요.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였지만 PC 시장에서 장악했던 검색 장악률까지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앱 내 검색 등 검색이 파편화되어있고 검색이 가장 중요한 비지니스가 될 수 있을 지도 명확지 않습니다. 새로운 스타트업이 계속 혁신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산업 혁명은 늘 우리의 예측과 벗어났습니다.(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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