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잠 효과 – 대중음악 산업과 빅데이터
2014년 11월 24일  |  By:   |  경영  |  No Comment

2000년 스탠포드 박사 애브리 왕(Avery Wang) 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페나 바에서 들리는 음악을 검색해주는 소프트웨어 샤잠(Shazam) 개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배경 소음과 음악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2년 제대로 된 앱이 출시되었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샤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앱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일반 유저들에게 샤잠은 음악을 찾아주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음악 산업 관계자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샤잠은 어느 곡이 인기를 끌지 시작했는지 가장 먼저 감지하기 때문이지요.

샤잠에서는 매일 2천만 건 음악 검색이 이루어집니다. 어떤 신곡이 어디에서 사람들의 귀를 잡아끄는지 샤잠은 제일 먼저 포착합니다. 몇 달 후 어떤 곡이 히트할지 정확하게 알아맞히죠. 이 중에는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도 많습니다. 2013년 대히트를 친 신인 로드(Lorde)의 첫 싱글 로열즈 (Royals)의 경우 뉴질랜드에서 먼저 인기를 끌고, 미국 음악 시장의 중심인 내쉬빌로 돌아와, 미국 3천 개 도시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할 날을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워너 뮤직 그룹 레코드 업계에서 대중음악 흥행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샤잠의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샤잠 뿐이 아닙니다. 스포티파이나 판도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뮤지션 콘서트 투어 루트를 짜는 것도 일반적이죠. 그리고 이제 데이터는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할까?” 에 대답하려 합니다.

그동안 대중음악 산업은 투자자의 감에 따라 레코드가 제작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 분석이 기술이 더해지고, 정교한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데이터 분석 활용에 능한 리퍼블릭 레코즈(Republic Records)는 인구 63,000명 텍사스의 작은 도시 빅토리아의 라디오 스테이션을 활용합니다. 테스트할 음악을 라디오에서 틀고, 얼마나 많은 샤잠 검색이 일어나는지 모니터하죠. 최근 그렇게 고른 음악이 뮤지션 SoMo의 Ride였고 투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중 음악계도 이렇게 변해갑니다 – 그러나 이게 과연 음악 산업 전체에 좋은 일일까요?

그동안 가요계는 바에서 연주하던 젊은 밴드가 대중들과 소통을 하다가 주목을 받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이 내쉬빌 라이브클럽보다 중요해지면서, 레코드 사는 라이브 바가 아니라 사무실에서 다음 히트 음악을 찾습니다. Next Big Sound라는 회사는 스포티파이 재생 수, 인스타그램 언급 수, 페이스북 좋아요, 위키피디아 검색 등으로 히트 음악을 예측하죠. “우리가 예측한 100명 중 20명이 빌보드 200안에 들어요.” (Next Big Sound를 소개한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그렇다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의 히트 여부를 감지하기 전에, 아직 대중들이 접하지 못한 음악 흥행 여부는 어떻게 예측할까요? “라디오 DJ가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던 건 옛날 이야기에요.” 라디오 방송국은 샤잠에서 어떤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데이터를 받고 매주 설문조사도 하죠. 음악을 틀기 전에 주요 멜로디만 청중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HitPredictor는 작년 50개 히트송 중 48개를 맞췄죠. “지금은 대중음악계 역사상 최고의 포퓰리스트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빌보드 차트는 70년대 인기 순위를 산정하기 위해 레코드 가게 주인과 라디오 방송사에 가장 많이 판매된 곡, 가장 많이 방송된 곡 조사를 하곤 했습니다. 빌보드 차트 탑 100에 오르면 인기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순위를 조작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죠. 그러나 빌보드의 측정 데이터가 정확해지면서 일단 순위에 오르면 차트에 계속 머무르는 현상은 악화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빌보드에 있는 곡만 듣기 때문에 새 곡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이제 가요계에서는 상위 1%의 뮤지션이 전체 음악 산업 수익의 77%를 가져갑니다. 탑 10곡이 가져가는 수익은 10년 전 대비 82% 성장했지요. 40개 라디오 채널에서 재생된 탑 10곡 재생 횟수는 10년 전 대비 두 배입니다. 음악 제작이 쉬워지면서 롱테일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은 상위 그룹이 독식하고 있지요.

우리가 매일 똑같은 히트곡을 듣는다고 느끼는 건 히트곡들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뮤지션들은 어떤 곡이 잘 나가는지 분석하면서 비슷한 곡들을 내놓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할수록, 음악 스타일과 장르는 서로 비슷해집니다.

팝스타를 비난할 문제는 아닙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데이비드 휴론 박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이미 익숙한 멜로디를 좋아하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익숙한 곡조는 소화하기 쉽고, 편안하기 때문이죠. 내 기대와 맞아 떨어지는 것은 만족감을 불어 일으키고, 쉽게 좋아할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이 점점 단순하고 무식하고 시끄러운 쪽으로 천편일률 화 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넷은 더 다양한 음악에의 접근권을 넓혀주기도 했죠. 그러나 스포티파이나 판도라의 가장 많이 재생되는 리스트가 “오늘의 탑 100” 인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일 지도 모릅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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