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만난 모범생 이야기
2014년 11월 6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으로 회고록을 낸 미국인 수키 김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그는 수업 밖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들어봤다는 나의 대답에 곧장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들었습니다. “그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나는 굳어버렸습니다. 솔직한 생각을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곳이 평양과학기술대학교였기 때문입니다. 교수와 학생들이 24시간 감시받는 환경에 고립되어 있는 곳이었죠.

나는 고심 끝에 우리 미국에도 국가가 있으며, 그 노래는 북한에서 국가나 다름없는 노래니까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학생이 느닷없이 축구에 대한 질문으로 방해를 시도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의회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약간 패닉에 빠진 나는 어느 나라 의회에 대해 알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미국분이시니까, 미국 의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나는 고심 끝에 아주 간단한 설명을 내어 놓았습니다. 미국에는 50개의 주가 있고, 각 주의 주민들이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뽑아 의회를 구성하며, 이들이 대통령과 함께 나라의 법을 만드니 결국 국민이 결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가 대통령이니, 대통령이 결정을 해야하는게 아닌가요?” 그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수다는 나와 학생을 모두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는 바로 그런 종류의 대화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설명할게요. 이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곳이지 총장님을 위한 곳이 아닌 것처럼, 나라도 대통령을 위한 곳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곳이예요. 대통령은 상징이고 얼굴이지, 진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죠.”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자리를 떴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조교와 이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캠퍼스를 구경하는 척 산책을 하고 중간 중간 사진도 찍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우리는 차라리 그가 우리를 감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기를 바랬습니다. 나의 수업 때문에 그가 체제에 의심을 품게 되었고, 바깥 세상에 대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이라면?

다음날 저녁 식사 시간, 한 학생이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습니다. “어제 이야기 나누셨던 제 룸메이트, 선생님 편입니다.” “제 편이라니, 무슨 뜻이죠?” “선생님과 생각이 같다구요.” 나는 그날 밤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평양을 떠난 후 여러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차라리 그들이 배운 것을 모두 잊고 체제에 충성하는 병사로 성장했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만일 수업 내용을 곰씹어보다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면? 아침마다 나에게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하던 어린 학생들이 혹시라도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잠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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