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사라지면 소문은 무성해진다
2014년 10월 14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역주: 김정은은 10월 14일 40여일만에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31세, 독재자)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합니다. 김정은이건 누구건, 독재자의 행방이 묘연해지면 추측이 난무하기 마련이죠. 독재는 필연적으로 정보 통제를 수반하고, 정보가 제한적인 곳에서는 추측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12년 에티오피아 총리의 행방이 묘연했을 때도 각종 소문이 난무했습니다. 그는 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죽어가고 있었죠. 올해 잠비아 대통령의 아들이 교통사고에 연루되었을 때는 대통령이 이미 사망했을 뿐 아니라 시신 방부처리까지 끝났다는 소문으로까지 번져, 이후 대통령이 건강한 모습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야 잦아들었습니다. 로버트 무가베나 리콴유, 우고 차베스도 비슷한 소문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습니다.

절대 권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나라에는 오로지 그 권력으로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절대 권력이 사라지면 이들이 누리는 영향력의 근거도 사라지는 셈이니, 갑자기 지도자가 사망하더라도 무슨 수가 마련될 때까지 그 사실을 숨기려 시도하게 됩니다. 독재자의 사망을 둘러싸고 각종 소문과 추측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것입니다. 스탈린이 죽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의사들이 손을 벌벌 떨며 스탈린을 치료하는 와중에도, 그의 핵심 측근들은 시간을 벌 방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죠. 물론 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은폐와 속임수는 독재 국가가 아닌 곳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194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한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4선 도전에 누가 될까봐 주변인들이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선거 운동에 나서야했죠.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선전전을 벌이던 BBC 보도국의 노엘 뉴섬 국장은 그 엄청난 능수능란함에도 불구하고 괴벨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국민에게도 정보를 숨기고, 얼마 안가 들통날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었죠. 이 때문에 결국 1500만 독일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연합군 측의 라디오 방송을 찾아듣게 되었고, 나치는 라디오 전장에서 패하고 맙니다. 정보를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 바로 정보 통제의 역설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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