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은 존재하지 않는 병일지 모릅니다.
2014년 10월 2일  |  By:   |  과학  |  No Comment

누군가가 당신을 해치려 한다고 의심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남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나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가끔씩 듣나요?

이들은 각각 편집증(paranoia), 과대망상(grandiosity), 환각(hallucinations)이라고 불리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런 증상을 겪도록 타고난 것일까요?

이 문제는 아주 오래된 논쟁입니다. 간단히 말해, 유전(nature)이냐, 양육(nurture)이냐 라고 하지요. 물론 오늘날의 의학계는 이 두 가지 요인이 한 사람의 정신에 모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두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달 미국의사협회 저널-심리학(JAMA Psychiatry)에는 위의 증상들에 대해 유전과 환경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실렸습니다. 런던 버크벡 대학의 연구진은 약 5,000 쌍의 16세가 쌍둥이들을 조사했습니다. 쌍둥이는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조사하기에 적합한 대상입니다. 이란성 쌍둥이는 형제와 마찬가지로 약 50%의 유전자를 공유합니다. 반면,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집니다. 따라서 특정한 증상을 쌍둥이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 증상에 끼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가 그 병에 끼치는 영향(유전율; heritability)이 각각 편집증은 50%, 과대망상은 44% 이며 환각에 대해서는 남자의 경우 15%, 여자의 경우 32%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위의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가진 유전자보다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위의 증상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조현병(정신분열증, schizophrenia)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편집증, 과대망상, 환각은 모두 유전적 영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조현병이 심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 세 증상이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며 또한, 조현병이라는 병 자체가 서로 관련이 없는 정신적 문제들을 뭉뚱거려 표현하는 모호한 용어일 수 있다는 것도 말해줍니다.

위의 세 가지 증상이 하나의 병으로 간주되게 된 데에는 어쩌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즉, 정신적 문제가 많은 이들일수록 더 병원을 찾았을 것이며, 따라서 이 세 가지 증상이 하나의 병이 유발하는 증상으로 믿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편, 조현병의 유전적 영향이 높게 측정된 것은 이 세가지 증상이 공통으로 가진 사회성 장애와 같은 특성이 높은 유전적 영향을 가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물론 조현병이 이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16세의 어린 나이에는 잘 진단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의 놀라운 점은 이들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어떤 진단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심리적 경험을 분리해 주목했습니다. 편집증, 과대망상, 환각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라기보다는 슬픔이나 불안과 같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증상입니다. 그리고 그 증상에는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이 연구는 알려줍니다.

(가디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