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모두의 부엌(Central Kitchen)”: 무료 급식소를 넘어선 사회적 기업
2014년 10월 2일  |  By:   |  경제, 세계  |  1 comment

자선 단체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 봉사를 하면 대개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반대로 식사를 받아가는 노숙자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아니, 주관적인 기분은 차치하더라도 무료 급식소가 이들의 삶에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25년 전 워싱턴DC에 “모두의 부엌(Central Kitchen)”을 차린 로버트 에거(Robert Egger)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봉사자에게는 심리적 보상만을 남기지만, 반대로 급식소를 찾아오는 이들을 오히려 누군가의 선행에 영속적으로 기대게 만드는 무료 급식소의 폐단 아닌 폐단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에거의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음식을 받으러 오는 이들 십중팔구가 무직자인데,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겁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시키냐고요? 바로 급식을 만드는 부엌에서 요리를 가르친 겁니다. 재료는 워싱턴 곳곳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모아 충당했습니다. 나이트클럽 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있는 예거는 멀쩡한 음식, 재료가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 잘 알고 있었죠. 첫 번째 음식 기증자는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습니다. 1989년 1월 취임식 때 남은 음식을 받아올 수 있었죠.

일자리와 고정적인 수입은 빈곤과 범죄, 마약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모두의 부엌은 많은 이들의 찬사 속에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매일 5천 끼의 식사를 무료 급식소에, 또 다른 5천 끼의 식사를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을 통해 매년 80~100명의 요리사, 또는 영양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부엌”에서 배출된 요리사, 영양사들의 취업률은 90%가 넘는데, 적잖은 이들이 모두의 부엌에서 다시 일을 하면서 과거 자신의 모습과 닮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두의 부엌은 빈곤과 범죄로 얼룩져 조각났던 공동체를 되살려냈습니다. 건강한 음식, 그리고 대통령부터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뭉쳐서 도움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튼튼한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하죠. 학교를 비롯해 많은 공동체에서 모두의 부엌 아이디어를 도입했습니다. 양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핵심적인 목표는 똑같습니다. 가난과 배고픔을 함께 이겨내는 데 있어 수동적인 자선 행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는 같은 뜻으로 뭉친 창의적인 공동체라는 겁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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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클릭하시면 로버트 에거와 동업자이자 모두의 부엌에 관한 책을 쓴 알렉산더 무어의 인터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