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학당, 미국에서 존폐 위기?
2014년 10월 1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공자 학당(Confucius Institute)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자금과 교사를 지원하여 운영하는 교육 기관으로 전 세계에 1천여 곳 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일 문화원을 괴테 인스티투트(Goethe Institut)라 부르는 것처럼 중국의 철학과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인 공자의 이름을 따 학당 이름을 지었죠. 독일 문화원은 주재국 시민들을 위해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독립 기관인 데 반해 공자 학당은 대학교나 고등학교에 부속시설 형태로 설치돼 운영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공자 학당이 가장 많이 운영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인데, 미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유명한 공자 학당을 운영하던 시카고 대학교가 최근 공자 학당과의 운영 연장에 관한 모든 협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공자학당은 5년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겁니다. 시카고 대학 교수들은 앞서 지난 5월 공자 학당 운영 전반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명에 100명 이상 참여해 학교를 압박했습니다.

공자 학당은 설립될 때부터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학생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교수, 학생들의 반대 여론에 끝없이 시달려왔습니다. 특히 대학을 당과 이념의 일꾼을 키워내는 도구이자 선전 수단으로만 여겨온 공산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중국의 사정을 감안하면, 공자 학당이 미국 대학 내에도 일종의 자기 검열을 비롯해 학문의 자유를 제약하는 풍토를 심고 있다는 우려도 허황된 것만은 아닙니다. 양쪽 사회에서 통하는 상식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번 논란이 어떻게 일단락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학당을 설치하는 나라에 대한 배려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중국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만 몰두하는 식의 운영으로는 공자 학당이 한계에 부딪힐 거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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