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모지: 진정한 첫 세계 공용어?
2014년 9월 2일  |  By:   |  IT, 문화, 칼럼  |  3 Comments

Emoji: the new global language?

오늘 아침에도 나는 에모지를 하나 보냈습니다. 한 친구가 요즘 같이 약속이 많은 시대에 겪게되는 가장 짜증나는 일이 생겼다고 메시지를 보냈지요. 누가 그녀에게 케이트 부쉬 공연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한 상태랍니다. 나는 이 글을 쓰느라 바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나는 적절한 에모지 하나를 찾았습니다. 어떤 일 때문에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짓는 얼굴이었지요. 나는 이 에모지가 ‘믿을 수 없구나’라는 반응과 ‘참 안됐네’라는 위로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내 마음을 전달할 것이라 생각했고, 바로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물론 나는 더 간단하게 “아아아아악!!!” 이라고 답했어도 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 신속하게 내 의도를 나타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쓸데 없이 말이 많은 나의 성격에 비춰, 분명히 나는 20분을 들여 여러 문단으로 된 글을 보냈을 겁니다. (그래요, 나는 핸드폰 문자로도 여러 문단의 글을 보내는 그런 사람입니다) 나는 그녀의 좌절된 욕망에 대해 깊은 공감을 드러내면서 분명히 여남은개의 대안들을 제시했을 겁니다. (“네가 1부가 끝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고모님이 그렇게 많이 속상해하지는 않으시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소심한 찡그린 얼굴은 사실 내가 이 세계의 초보자라는 것을 말해줄 뿐이었습니다. 이제, 에모지 하나로는, 그것이 아무리 생생한 표현을 담고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충분치 않습니다. 생생한 표현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에모지에는 하트 눈을 한 고양이, 로스웰의 에일리언, 플랑멩코 댄서, 화장실, 케이블 카 등도 있습니다.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이모지는 새우튀김입니다.) 과거 ASCII 코드를 이용해 만들어졌던 초기의 얼굴표정들, 🙂 이나 🙁 에서 발전한 이들 에모지는 이제 새로운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긴 문장을 오직 에모지로만 엮어서 보내기도 합니다.

에모지트랙커 닷컴(emojitracker.com)은 트위터에서 한 에모지가 쓰일 때마다 그 숫자를 업데이트 하는 곳입니다. (사이트를 클릭했을 때 뜨는 ‘간질 경고’는 오늘날 이모지가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에모지는 20세기 말, 일본의 청소년들이 삐삐에 이를 사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모지는 일본어로 그림을 나타내는 ‘에e’, 쓴다는 뜻의 ‘모mo’, 그리고 글자를 나타내는 ‘지ji’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2010년, 구글, 애플, MS 등 10개  소프트웨어 회사가 참여한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국제 표준이 된 에모지들을 유니코드에 넣기로 합의했습니다. 다음 해, 애플은 iOS5 에 에모지를 넣었습니다. 현재 800개 이상의 에모지가 등록되었고, 그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에모지가 등록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 에모지가 기존의 에모지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최근, 에모지가 가진 다양성의 한계는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핑크 스웨터를 입은 백인 여성의 다양한 자세는 이모지에 있는 반면, 터번을 둘러쓴 아랍인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에모지가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인류의 일부를 배제해서는 안될겁니다. 한편, 우리는 트위터에서 에모지가 쓰이는 방식, 곧 유머, 아이러니, 비꼼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는 사실과, 그래서 우리가 현실에서 하는 행동들인 일하기, 설겆이, 청소 등의 이모지 보다 춤, 음주, 손톱 꾸미기 등의 에모지가 더 활발하게 사용된다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일입니다.

에모지는 이미 여러 문화에 침투해 있습니다. 에모지로만 만들어진 비욘세의 비공식 뮤직비디오가 있고, 데이터 엔지니어 프레드 베넨슨은 킥스타터의 도움으로 허먼 멜빌의 모비딕(백경)에 나오는 10,000여개의 문장을 모두 에모지로 바꾸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아마존의 온라인 인력시장인 메커니컬 터크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 결과 그 유명한 첫 문장 ‘Call me Ishmael (‘날 이쉬마엘로 불러주시오’, 또는 ‘내 이름은 이쉬마엘’)은 전화기/수염난 남자/요트/고래/ OK 손모양 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에모지는 우리에게 언어라는 구속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자유를 주는 도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언어를 통해 우리는 에모지로는 나타내기 힘든 의심과 모호함, 그리고 다양한 생각의 결들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언어는 오해를 증폭시키고,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데에도 쓰이며, 정치인들의 교묘한 말들에도 사용됩니다.

당신은 에모지의 세계를 익히는 동안, 한 때 사랑하는 이에게 절절한 고백을 바치던 그런 시대가 지나갔음을 슬퍼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댓가로 당신은, 원치 않는 데이트를 피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불꽃 + 달리는 사람 + 깨어진 하트), 사표를 쓰는 것이 얼마나 간단한지 (종이와 연필 + 서류가방 + 불타는 폭탄 + 손을 흔드는 소녀 + 와인), 또 교외로 놀러가자는 제안에 대한 답을 하기가 얼마나 단순한지 (다양한 가능성; 이 에모지 하나면 충분합니다) 를 알게 될겁니다. 롤랑 바르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할 말이 참 많았을겁니다.

(가디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