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알마지리 학교”, 전통인가 문제인가?
2014년 7월 30일  |  By:   |  세계  |  2 Comments

나이지리아 북부의 한 도시, 누더기 옷을 걸쳐입은 남자아이들이 거리에서 그릇을 들고 돈을 구걸하고 있습니다. 종교 공부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나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고 있는 “알마지리(Almajiri, 이주민, 떠돌이를 뜻함) 아이들”입니다. 12살 난 압둘도 2년 전 집을 떠나 동북부 아다마와 주의 주도 욜라로 올라왔습니다. 이른 아침과 늦은 밤, 같은 처지의 또래 100여 명과 헛간에 모여 코란 구절을 외우고, 나머지 시간엔 거리를 떠돌며 구걸을 합니다. 하루 종일 얻은 것을 “말람(mallam)”이라 불리는 학교 선생님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서 입니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압둘과 같은 아이들은 전국에 900만 명 정도고, 갓 4살에 집을 떠나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북부와 니제르, 차드 등에서 종교 교육은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한때는 집을 떠나 “알마지리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엘리트 코스였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를 지나면서, 이와 같은 교육 시스템은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는 알마지리 학교엔 아주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만이 들어옵니다. 종교 교육은커녕, 일반 교육을 담당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말람들이 아이들을 착취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글도 모르는 이 소년들은 보코 하람과 같은 극단주의 단체의 손쉬운 목표물이 됩니다. 이들은 종교 교리와 돈을 미끼로 소년들을 끌어들입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온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정부는 수백 만 달러를 들여 북부에 정식 알마지리 학교들을 세웠습니다. 전통적인 코란 교육과 함께 서구식 읽기, 수학, 과학,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입니다.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코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무슬림 빈민층에서 아이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일 자체가 난관입니다. 서구식 커리큘럼과 코란을 모두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귀한 것도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구식 교육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모들이 스스로 자녀를 극단주의라는 “나쁜” 현대식 사상에 빠질 수도 교육 환경으로 보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들 사이에서는 기존 알마지리 학교의 말람들에 대한 존경심도 여전합니다. 압둘의 꿈도 말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옆에서 함께 구걸을 하고 있는 압둘 친구의 꿈은 좀 더 큽니다. 그의 꿈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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