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오바마라 불리는 사나이, 추카 우무나
2014년 7월 23일  |  By:   |  세계  |  1 comment
우문나가 노동당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무나가 노동당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영국 보수 정치인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값비싼 사립학교를 나오고, 새빌 양복점 거리에서 맞춘 고급 정장을 입고, 셰익스피어 소네트 한 편을 정확한 발음으로 낭송하는 그런 모습을 떠올리시겠죠. 아마도 변호사, 은행가, 회계사 출신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추카 우무나(35)는 위에 언급한 묘사가 다 들어맞는데도 보수 정치와 거리가 먼 예외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노동당 당원입니다. “나는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하며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원한다”고 우무나는 자신의 좌파 세계관을 밝혔습니다.

<데일리 메일> 이 그랬듯, 많은 이들이 나이지리아 이민자 아버지와 아일랜드 변호사 어머니를 둔 그를 “미래의 영국판 오바마”로 봅니다. 키 크고 카리스마 넘치며 혼혈에다 로스쿨 졸업까지. 이 남부 런던 토박이는 미국 대통령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는 영국 최초의 흑인 총리가 될 수 있을까요.

우무나의 등장엔 극적인 면이 있습니다. 한니프 쿠레이시 소설에 나올 만한 사회 문화적 성공 스토리입니다. 아버지 베넷 우무나는 이보(Igbo)족 나이지리아인으로 기독교도였습니다. 1964년 영국 리버풀 항에 처음 내렸을 땐 빈털터리였지만 대 아프리카 무역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됐지요. 우무나의 어머니는 아일랜드계 영국 백인으로 외할아버지는 런던 고등법원 판사이자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판사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추카라는 이름은 “신은 가장 위대하다”는 뜻입니다. 그는 명문 사립학교인 던스탄 칼리지를 다녔습니다. 모범생이었으며 취미로 첼로를 연주했고 유명한 써덕 대성당 합창단 단원이기도 했습니다. 1991년 아버지 베넷은 나이지리아 주지사에 출마하려 영국을 떠났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부패 척결을 내걸고 선거 운동을 하던 중 그는 암살로 추정되는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겨우 십대였던 그때, 우무나는 학업에 몰두하는 것만이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맨체스터에서 법을 공부한 뒤, 우무나는 런던 금융지구에서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자신의 개인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처리즘이 빈곤층을 가난과 실업으로 몰아가던 당시 세태에 격분했습니다. 이 젊은 변호사는 1997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집권을 일종의 해방으로, 18년간 이어진 철통 같던 보수주의를 끝장 낸 사건으로 환영했습니다. “나는 대처의 몰락과 신노동당의 성취를 목격한 세대다”라고 그는 자신의 정치 입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2010년 총선 때 그는 노동당 텃밭인 남부 런던 스트레썸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했습니다. 이 타고난 연설가는 2011년 이래 노동당 예비내각(Shadow) 산업부 장관을 맡고 있습니다. 집권 보수당은 2015년 총선 요주의 인물로 우무나를 꼽습니다. 솔직히 그의 잘생긴 얼굴과 좋은 목소리는 텔레비전에 잘 어울립니다. 보수 정치 잡지 <토탈 폴리틱스>마저도 “우무나의 이미지는 정치인 이상의 것이다. 그건 상표이자 콘셉이며, 영국 현대성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이라고 감탄했습니다. 우무나는 비록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지지하지만, 경영자 사이에서도 ‘노동당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실용적인 정치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우무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몇 몇 노동당 인사는 그가 숨은 동기를 품고 있다며 비난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의 개인적 야심이 사회에 실제로 헌신하려는 마음보다 더 앞서 있다고 여깁니다. 또 그가 인생을 너무 쉽게 살아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는 과연 의회, 노조, 활동가라는 틀에 박힌 영국 좌파를 전진시키고 이끌어갈 능력이 있을까요?

영국 하원 650석 가운데 소수 인종은 27명뿐입니다. 역설적으로, 리더를 뽑는 데는 노동당보다 보수당이 더 혁신적이었습니다. 보수당 대표 가운데는 유대인(19세기 벤자민 디스라엘리), 동성애자였다고 알려진 미혼자(1965년 에드워드 헤스), 여성(1975년 마가렛 대처) 등 상대적으로 다양성을 반영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반면 전통적 백인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당은 변화에 소극적입니다. 우무나는 총리가 되기에는 당을 잘못 고른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추카 우무나에겐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이미 전설이 된 그는 영국 역사의 새 장을 쓰겠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습니다. (Le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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