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세계 1차대전의 유산 (3)
2014년 7월 8일  |  By:   |  세계  |  No Comment

옮긴이: 올해는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직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계 1차대전의 유산을 꼽아 정리했습니다. 무기나 전쟁사에 관련된 유산뿐 아니라 세계 질서와 경제 동향, 그리고 우리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들로 20세기 세계사를 관통하는 인물, 사건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원문의 인포그래픽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매긴 중요한 순서에 따라 정리돼 있습니다. 오늘은 이 가운데 세계 강대국 질서의 재편을 설명하는 몇 가지 주요 사항들을 소개합니다.

* 미국의 부상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1913년의 통계만 봐도 이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나라였습니다. 당시 군사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쓰이던 철강 생산량에서 미국은 이미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생산량의 합을 앞질렀습니다. 경제 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는 1차대전을 통해 사실상 확고히 굳어졌습니다. 유럽 곳곳이 전쟁터가 되며 패전국 독일은 물론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기간 시설이 파괴되고, 엄청난 빚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습니다. 전쟁 후반부인 1917년에 참전한 미국은 본토에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도 연합국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전쟁 기간 71억 달러를 연합국에 빌려주고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을 앞세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에서 최대의 채권국으로 변모했으며, 미국 경제는 자연스레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되었고 금융 중심지도 런던에서 뉴욕으로 넘어옵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미국으로 이동한 뒤에도 미국은 정치적으로 세계 무대의 전면에 나서기를 꺼렸는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고, 식민지도 유럽 열강들이 이미 차지한 곳을 제외하고 필리핀 등에 제한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승전의 주역이 되면서 미국은 그에 걸맞은 지도력을 요구받았고, 베르사유 강화 회의에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이른바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우며 세계 질서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 영국의 쇠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19세기 대영제국은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유럽 대륙의 독일, 대서양 건너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고, 1차대전으로 인한 막대한 전비 지출은 세계 경제에서 영국이 누리던 지위를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1917년 4월, 영국 중앙은행이 현재의 재정 상태로는 전쟁을 3주밖에 더 치를 수 없다고 발표하자, 미국이 신속히 개입한 건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전쟁 이전에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자 금본위제와 자유무역 경제질서를 지탱하던 영국이 전쟁을 통해 (패전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습니다. 세계 질서를 관장하고 조정하던 역할을 잃게 되자, 대영제국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장 아일랜드가 독립했고, 캐나다 퀘벡과 이집트, 인도에서도 영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습니다.

 

* 볼셰비즘과 공산주의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이 전쟁으로 지도에서 사라진 반면, 러시아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쟁 초반 독일과의 주요 전투에서 참패한 후유증에 기근과 노동자들의 잇따른 파업으로 니콜라스 2세의 제정 러시아에는 혁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그리고 1917년 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로 여성이 중심이 된 시위대가 식량과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 군인들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가세하면서 400년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 제정은 막을 내리고 사회주의 임시정부가 수립됩니다. 같은해 10월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 당과 당의 붉은 군대는 공산주의 혁명을 선언하고 “평화, 땅(토지), 그리고 빵(식량)”을 인민들에게 약속하며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합니다. 볼셰비키 당은 즉각 독일과 휴전하며 전쟁에서 빠지고, 이듬해인 1918년 니콜라스 2세와 그의 잔당을 숙청합니다. 사회주의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선포된 건 1922년이지만, 이미 사회주의 혁명의 씨앗은 그 이전부터 유럽 곳곳에 뿌려졌고, 1차대전을 통해 러시아에서 싹을 틔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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