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합법화 이후 독일 국경지역 르포
2014년 7월 8일  |  By:   |  Economy / Business  |  4 Comments

만약 당신이 독일 자를란트 주에서 가장 큰 매춘 업소를 찾아 길을 나선다면, 아마도 종국에는 어느 애견훈련소 앞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자칭 ‘건강 휴게실”이라는 이 매춘업소엔 아무런 간판도 표지도 없어서, 내비게이션만으로는 <자르뷔르켄 경찰 경비견 협회> 바로 옆에 있는 이 업소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고개를 돌려 <VIP 클럽>이라는 간판을 따라 은밀한 주차장을 가로질러가서야 마침내 <파라다이스(Paradise)>라는 노란색 간판과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의 큰 손이자 매춘왕인 위르겐 루드로프가 운영하는 이 가게가 초대형 성매매업소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개장을 앞두고 공사 중인 이 2층 건물은 부지 면적이 4,500㎡에 달하고, 객실 30개에 매춘 여성 50명이 하루 약 120명 고객을 상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모회사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슈투트가르트와 프랑크푸르트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그라츠와 잘츠부르크에도 지점을 열었습니다. 자르뷔르켄 지점을 개장하는 데 450만 유로(약 62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런 ‘남성을 위한 건강 휴게실’은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춘 합법화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인접한 독일의 작은 주 자를란트의 주도 자르뷔르켄은 ‘매춘의 수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최근 프랑스가 강력한 성매매 방지법을 도입한 이후, 국경을 넘는 성 구매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매춘을 나름대로 규제하려고 애써서, 적어도 거리에서 매춘하는 여성은 사라졌습니다. 또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꼭 콘돔을 착용하도록 규제했습니다.

길거리 매춘이 단속된다곤 하지만, <파라다이스>와 같은 정식 성매매 업소는 사업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들이 매춘 부작용을 줄이는 긍정적 역할을 맡는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라다이스> 마케팅 담당 미하엘 베르틴(47)은 시장에게 매춘 문제 대처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우쭐댔습니다. 한편 샤를로테 브리츠 시장은 여성 착취를 막고 성매매를 줄일 방법을 찾는데 포주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그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성매매업소 <파라다이스>를 홍보하는 베르틴 씨는 선글라스를 끼고, 회색 양복에 호화로운 허리띠와 금시계를 찼으며, 도장이 새겨진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우나, 공중목욕탕, 한증탕 시설이 모두 완공됐다.”라며 뿌듯해 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 스타일로 꾸며진 이 초대형 성매매업소에는 식당, 영화관, 바가 있고, 베두인족 천막처럼 생긴 텐트 안에서 남성 손님과 매춘부가 만납니다. 기본 입장료는 60유로(약 8만 원)이며 남자 손님뿐만이 아니라 매춘 여성에게도 수수료를 받습니다. 성매매 가격은 매춘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성 노동자 여성은 세무 당국에 최소 25유로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베르틴은 <파라다이스>가 편안한 환경, 최고급 위생, 객실, 안전요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관계 당국과도 투명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르뷔르켄에는  <파라다이스> 같은 합법 성매매 업소가 123곳이나 있는데, 주민 1,500명당 한 곳 꼴입니다.

매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독일 중앙정부와 유럽연합에 강력한 성매매급지법을 도입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독일 지방정부는 매춘을 금지할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건축법이나 토지이용법 같은) 모든 지방법을 다 동원해도, 지방정부가 법정에서 매춘업소를 이길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주민들은 성매매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더 악화될 거라 우려합니다. 프랑스 매춘 불법화로 독일 지역 성매매 수요가 증가할 것이 뻔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성매매 남성에게 1,500유로라는 엄한 벌금을 물린 덕분에, <파라다이스> 측은 업무차 독일을 방문한 프랑스인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합니다. 그래서인지 베르틴은 고객 확보를 걱정하기보다는, 다른 뭔가를 고민합니다. 그는 <파라다이스>가 단지 법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으로 환영받기를 바랍니다. 성매매 산업 매출이 연 140억 유로에 달하는 독일에서, 마치 이런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는 없다는 게 베르틴 씨의 주장입니다. 독일 성(Erotic) 산업협회 회장인 그는 이 사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낸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회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것입니다.” 물론 자르뷔르켄 시 당국은 공로를 인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세금은 모든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내는 것일 뿐, 특별히 감사해야 할 만한 요소는 없다는 겁니다.

강제적 매춘이라는 주제로 넘어가자, 쾌활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미하엘 베르틴 씨의 어조가 단호하게 변했습니다. 그는 “우리를 포주 삼아 접근하는 여성은 돌려보냅니다. 만약 여성이 누군가를 두려워하거나 포주가 존재하는 듯한 조짐이 보이면 즉시 경찰을 부릅니다. 우리는 포주가 아니라 그저 성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거래를 할 수 있게 마당을 열어줄 뿐입니다. 성을 파는 이들은 맘에 안 드는 손님을 만나면, 자기들이 원하는 다른 손님으로 바꿀 자유가 있습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자르브뤼켄 여성국 국장 페트라 메신거는 그런 주장이 현실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봅니다. 메신거는 “가난한 여성에게 자발적 매춘과 강제 매춘의 경계는 불분명합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빈곤한 국가에서 이주한 여성의 경우, 자녀나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간접적인 강제 매춘에 빠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또 설사 <파라다이스> 측 주장대로 강제 매춘을 식별해 가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춘 여성이 <파라다이스>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약비를 내야 하고 이 돈은 다른 곳에서 벌어놔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여성에게 가혹한 노동 조건이라고 메신거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의 베르틴 씨는 지금 다른 걱정에 한창입니다. 내부 가구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고 천장이 새고 있어 공식 개장을 또 며칠 미룰 거라고 합니다. 그는 “일단 파티가 시작되면 전력으로 달릴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라다이스> 측은 자르뷔르켄 시장을 정중히 개장식에 초대했습니다. (Die W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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