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하도록 하는 방법
2014년 7월 7일  |  By:   |  Economy / Business  |  No Comment

-옮긴이: 이 글은 예일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쓴 글입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부상과 함께 경제학은 이제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중심적이거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이론에 기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루 8시간씩을 꼬박꼬박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우에 일하는 것을 실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비영리 기관인 예일 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이 기업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학문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학계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선 기부 역시 사람들의 이러한 성향을 파악하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세 명의 경제학자는 주립 대학에 기부금을 내는 것과 관련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기부금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나누었습니다. 그룹 사이에 유일한 차이는 실험 그룹의 경우 대학 전체에 기부하거나 특정 과나 단과대학에 기부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줬지만, 통제 그룹에는 대학 전체에만 기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두 그룹의 사람들이 기부할 가능성은 거의 비슷했지만, 특정 과나 단과대학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그룹의 사람들이 통제 그룹보다 훨씬 많이 기부했습니다. 기부자들에게 자신들과 관련이 있거나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과나 단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부 금액을 크게 늘린 것입니다.

이 실험 결과는 최근 빠르게 증가한 혜택 기업(benefit corporations)의 성장에서 이 사회가 어떻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혜택 기업은 2010년 메릴랜드 주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미국 50개 주 중 절반의 주에서 합법화되었습니다. 혜택 기업은 사기업과 비영리단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주들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이 천명한 사회적, 혹은 환경과 관련된 목표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법은 혜택 기업이 이 두 가지 목표를 다 달성하도록 만들어져 있고, 기업이 돈만 버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인 혜택 기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권장하는 비영리 단체인 B 연구소(B Lab)의 발표를 보면 현재 미국에 거의 1,000개의 가까운 혜택 기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790년에 세워진 버몬트 주의 킹 아서 밀가루 회사(King Arthur Flour Company)는 3년 전 혜택 기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킹 아서 밀가루 회사의 2013년 혜택 기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기업이 지속가능한 곡물 생산을 장려하고 지역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빈곤퇴치를 위해 기부한 내용 등을 상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혜택 기업의 개념은 하나의 실험이고 이것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곧 판명이 날 것입니다. 저는 혜택 기업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2012년에 출판한 책 “금융과 좋은 사회(Finance and the Good Society)”에서 저는 자선 행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조직 형태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비영리 기관”이라 이름을 붙인 이 조직은 비영리 단체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기부금을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 주식(shares)을 사는 것 자체는 기부금을 내는 것과 같지만 주식을 산 사람들은 주주회의 등을 통해 비영리 단체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부금을 받고 행사하는 것을 만든다면, 자선 행위는 개인들이 투자를 하는 것처럼 각자에게 좀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자신이 기부금을 낸 단체에 더욱 큰 애착과 관심을 두게 되고 참여할 마음이 생기며, 비영리단체의 운영에 대해서도 일부 통제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외에도 기부금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부금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봐야 합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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