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민권법, 2014년 의회에서도 통과될 수 있었을까?
2014년 7월 7일  |  By:   |  세계  |  No Comment

20세기 가장 중요한 법으로 꼽히는 기념비적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제정된지 올해로 50주년이 되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은 이제 모두가 사랑하는 대통합의 상징같은 인물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극단적인 지지와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고 존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도 그를 가까이 한다는 인상을 줄까봐 몸을 사리곤 했습니다. 그러니 당시 민권법이 공화, 민주 양 당의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죠.

올해도 양 당의 의회 지도자들은 민권법 제정 5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도 함께 참석하고, 당시 큰 역할을 했던 상대 당의 지도자들을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인지 하루만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행정권한 남용으로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초당적 화해 분위기를 무색케했죠.

공화당의 역사에 대해 책을 낸 한 전문가는 극단적 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난 공화당이 스스로 걸어온 길을 기리는커녕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같은 공화당 변화의 씨앗은 사실 1964년에 싹을 틔웠습니다. 당시 민권법은 상원에서 찬성 73표 대 반대 27표로 통과되었고 공화당 표 33표 중 반대표는 6표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대표를 던진 애리조나주의 배리 골드워터 의원은 이후 대권주자로 부상했고, 남부를 중심으로 공화당을 “링컨 대통령의 당”에서 “백인들반격 당”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공화당은 남북전쟁 후 재건시대 이후로 남부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장악하고 있죠. 물론 공화당에서 흑인과 라티노 유권자를 포섭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회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이민과 투표권, 최저임금 등의 정책에 취하고 있는 입장은 전반적으로 유색인종을 소외시키는 방향입니다. 과거 민권법 통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을 내세우기 민망할 지경입니다.

공화당의 변화와 더불어, 민주당의 입장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50년 전 민주당이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외쳤다면, 지금은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나 복지를 통한 재분배 등 피부색을 의식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공화당이 50년 전에 동의한 바와 거리가 멀다보니, 민주당은 공화당이 “반민권법 정당”이라고 공세의 날을 세웁니다. 민권법 통과 50주년을 맞아 존슨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의회 도서관 행사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흑인들이 모두 등록하고 투표한다면 공화당이 장악한 남부를 되찾아올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조차 50주년 기념사에서 공화당이 민권법 통과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50년 전, 공화당 지도자들은 민권법에서 정치색을 빼고 내분과 양당 대립을 성공적으로 피해갔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아도 놀라운 초당적 감수성입니다. 민권법의 극적인 통과 뒤에는 타협을 위한 노력과 여러 사람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민권법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공화당원도 있었고, 민권법을 처리하기 위해 민주당과 너무 가깝게 협력했다는 이유로 당권을 잃거나 경선에서 패한 공화당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미시건 주의 상원의원 칼 레빈은 민권법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틴 루터 킹과 그 시대 사람들이 오늘날 의회의 분위기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라는 것이었죠. 레빈 의원은 “그들은 우리에게 대의명분을 위해 당적을 넘어 협력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대의명분”의 예로 제시한 선거법 개정안은 의회에서 통과될 기미가 없습니다. 선거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릭 헤이슨(Rick Hasen)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는 현재 센슨브레너(Sensenbrenner) 하원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민권이나 선거권 이야기를 하는 공화당 지도자가 거의 없다며, 선거권법(Voting Rights Act) 제정과 고용기회균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설립이 5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과거와 달라진 오늘날의 의회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져 보일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Polit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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