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촌 총각과 외국인 신부, 이제는 선택으로 만난다
2014년 6월 5일  |  By:   |  세계, 한국  |  9 Comments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의 지하철에는 농촌 총각과의 결혼을 장려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시골을 떠나고 농사를 짓겠다며 태어난 곳에 남은 총각들은 결혼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지요. 결국 농촌 총각들은 외국인 신부와 결혼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농촌 총각의 20%가 국제 결혼을 했습니다. 국제 결혼 비중이 가장 높은 전라남도에서는 10년 전 절정기를 맞았습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결혼 주선 사업이 성행했고, 결혼은 며칠 만에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도망가지 않는 배트남 신부”라는 홍보 문구가 인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요.

2020년이 되면 5천만 인구 중 150만 명이 국제 결혼으로 한국에 온 인구가 될 겁니다.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이었던 한국에 큰 변화가 불어닥친 셈이죠. 그러나 수많은 노총각 숫자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출산율 1.3명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이민 없이는 곧 노동력 부족 문제를 맞닥뜨릴 겁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다문화 가정 포용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통번역 서비스, 한국어 교실, 육아 지원, 상담 등을 통해 다문화 가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 다문화 가정 지원 예산은 24배로 늘어나 1,070억 원에 달합니다. 교과서에서 다문화 가정을 다루고, 다문화 가정 자녀도 군대에 가도록 법을 바꾸었지요. 2012년에는 화재 중에 불법체류 노동자 몽골인들이 한국인 수십 명을 구하자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여론이 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통합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국제 결혼 네 가정 중 한 가정은 5년 내에 파탄을 맞고, 다문화 가정 출신 자녀 5명 중 1명은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학교 내 차별로 어려움을 겪지요. 정부는 외국인 신부가 반드시 한국말을 해야 하고, 한국인 신랑은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야하며, 국제 결혼에 따른 배우자 비자 신청은 5년에 한 번만 할 수 있게 제한하는 등 법령을 강화했습니다. 중국의 농촌 총각도 같은 문제를 겪기 시작하면서 신부를 얻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해졌고, 국제 결혼 수는 2005년 31,000건에서 2013년 18,000건까지 줄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생활을 동경하던 배트남 아가씨들이 한국 시골 생활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인기가 사그라진 것도 있고요.

대신 결혼의 질은 올라갔습니다. 브로커 이창민씨에 따르면, 국제 결혼이 보편화되면서 오로지 결혼이 목표인 시골 총각이 아니라 잘 교육받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국제 결혼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외모나 집안 사정 때문에 결혼이 어렵던 이들, 한국의 이른바 ‘된장녀’ 대신 전통적인 여성상을 만나고 싶다는 이들도 국제 결혼에 눈을 돌립니다. 브로커 대신 지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 받는경우도 늘어나고 있고요. 더 다양한 한국사회를 위해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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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슬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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