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은 왜 나쁜가?
2014년 6월 2일  |  By:   |  경제  |  4 Comments

AT&T가 최근 디렉트TV(Direct TV)를 48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미국 통신사가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라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버라이존(Verizon) 역시 컴캐스트(Comcast)가 타임 워너 케이블(Time Warner Cable)을 45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결정에 대응해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를 할 것이고, 통신사 규모 3위의 스프린트(Sprint)는 4위인 티모바일(T-Mobile)을 인수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수 합병 시도들은 경쟁의 결과라고 정당화됩니다. 하지만 미국이 전기, 통신 독점을 해체한 뒤 30년이 지난 현재 최근의 인수 합병 시도들은 경쟁자들을 없애면서 업계를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마존이나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 역시 시장 지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은 전기 통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나이티드(United), 델타(Delta), 아메리칸(American), 그리고 사우스웨스트(South West) 이 네 항공사가 미국 국내 항공의 71%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198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상위 4개 항공사의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은 평균 55%였습니다. 농업 분야에서 몬산토(Monsanto)는 미국에서 재배되는 콩과 옥수수와 관련된 핵심 유전 형질과 관련해 합법적인 독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위 다섯 개 은행은 미국 은행 자산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에 30%였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콜럼비아 대학 교수인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말합니다. “저는 이러한 독과점 현상이 계속해서 악화되어 왔다고 확신합니다. 통신 회사들은 ‘독점을 용이하게 하는 혁신’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적이었어요. 또 규제나 법안 등을 통해서 경쟁을 약화시켜 독점을 강화시킨 측면들도 많지요.” 경쟁이 거의 없는 분야에 있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전가하기에 용이한 위치에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지대(rents)라고 부르는데,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지대 추구 행위가 소득 불평등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쟁적인 구조에서 기업들이 가져가는 이익은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겁니다.” 금융 분야에서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는 금융과 보험 회사들이 세전 미국 기업 전체 이윤에서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합병(consolidation)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합병은 관리 비용을 공유하는 것과 같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여전히 경쟁적으로 남아 있는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합병을 효율성을 증진시켜서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과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율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한계 비용(marginal cost)이 매우 적고 네트워크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경우 소수의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지배적인 기업들에게 인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벤처 캐피탈리스트들과 같은 투자자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을 형성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도 충분히 많습니다. 항공권 가격부터 시작해보죠. 항공권 가격은 2009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지금 현재는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칼 샤피로(Carl Shapiro) 교수는 만약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독점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나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잘 나가는 독과점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스타트업을 초기에 인수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중에 있을지 모를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죠. 이러한 인수 합병은 근본적으로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습니다. 하지만 독과점 방지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동시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제한적인 특허법과 저작권법이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믿습니다.

독과점에 대한 궁극적인 우려는 이러한 독과점이 경제의 역동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과 비교해 보면 2011년에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왜 새로운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줄어들었는지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규제나 규모의 경제 때문에 시장 진입 속도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기업들의 독과점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역동성이 줄어들면서 현존하는 독과점 기업들의 수익은 올라가고 소비자들이 떠안는 비용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고속 통신망을 담당하는 기업중 하나인 컴캐스트(Comcast)의 수입은 올 1분기에 33% 상승했고 AT&T의 수입은 11%나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OECD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선진국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광대역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터넷 속도 측면에서는 16위에 불과하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7번째로 비쌉니다. (NYT)

OECD 국가 내에서 인터넷 속도 (왼쪽)와 가격 (오른쪽).

OECD 국가 내에서 인터넷 속도 (왼쪽)와 가격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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